경제·금융 경제동향

[동시에 당겨진 통상전쟁 방아쇠]對美흑자 급증에 G2갈등 증폭...'관세폭탄' 한국도 소용돌이

트럼프, 관세폭탄 이어 "中, 무역흑자 10억弗 줄여라" 엄포

中 중심 '反美 공조' 공고화...EU도 보복관세 부과 결정 맞불

"한미동맹 균열 불똥 튈라" 한국은 국제공조 선뜻 동참 못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인 8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역전쟁은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었다”며 “중국은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AP연합뉴스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인 8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역전쟁은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었다”며 “중국은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AP연합뉴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안이 확정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반미 공조’가 공고화하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인 ‘예외국’ 카드까지 뽑아들면서 힘을 쌓아가는 반미 연대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공세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35% 급증해 양국 간 갈등의 씨앗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 경제가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지만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한 탓에 정부도 반미 공조 행렬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일부 국가가 국가 안보를 근거로 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우리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되 진정한 친구에게는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세부 이행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국 없는 일괄 관세 원칙을 천명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언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해 주요 이해관계국이 앞다퉈 미국으로 날아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국내 반발을 잠재우고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돌발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사임을 표명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대변되는 주류층이 되레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전 세계 국가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반트럼프 연대까지 형성돼 있어 이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예외국 카드를 뽑아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철강 25% 관세 부과안 확정 이후 EU를 비롯한 주요국은 이미 보복관세를 천명하고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 미국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미국의 대표적 수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힌 다른 나라의 철강·알루미늄 제품들이 유럽 시장으로 몰려올 것에 대비, 유럽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대응을 할 것이며 세계 최대 경제국인 중국과 미국은 양국 국민에 대한 책임과 함께 세계 각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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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불길은 WTO까지 번져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TO 총회에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동원한 것은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무역 시스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대표도 “미국이 다시는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한다”며 중국을 따라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당근책’으로 내건 예외국에 포함되건, 되지 않건 중국 때문에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히 연계돼 있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지면 우리 경제도 0.5% 덜 성장한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관세 장벽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이 사라지게 되면 중국으로 수출되던 우리 중간재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2015년 기준 대중 수출품 가운데 부품·반제품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달한다. 주요2개국(G2) 갈등에 샌드위치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LG 등 우리 제조 대기업도 미국의 직접적인 과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과녁이 중국으로 좁혀지고 있지만 되레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급증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중국의 2월 달러화 기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5% 급증했다고 밝혔다. 2015년 2월 48.2%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미중 간 분란의 씨앗이 그만큼 커진 셈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1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허 교수는 “한미 통상안보 분야의 고위급 다이얼로그를 복원해 상시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분간 미중 갈등에 ‘컬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관세와 무역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세종=김상훈기자 humbleness@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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