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가 매달 연재하는 ‘이 달의 기업 기상도’의 두 번째 ‘맑음’ 기업은 카카오다. 지난 2년간 임지훈 대표 체제의 카카오는 O2O 플랫폼의 성공적인 론칭과 공격적인 기업 M&A를 앞세워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임지훈 대표에게 바톤을 이어받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글로벌’과 ‘신성장동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카카오의 향후 2년을 이끌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임지훈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는 유무형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일단 매출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2014년 매출 4,989억 원을 기록했던 카카오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조 9,274억 원을 달성하며 3년 만에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카카오가 세간의 우려를 씻고 성공적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대목이다. 임지훈 대표 초기 O2O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카카오는 발 빠르게 전략을 새로 짰다. O2O 플랫폼의 직접 개발보다는 카카오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카카오는 이후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등 교통 O2O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론칭과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콘텐츠 사업 역량을 강화해 우려 속에 진행됐던 대규모 투자가 결국 옳은 결정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 내기도 했다.
이제 공은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에게 넘어갔다. 두 사람은 통합 카카오의 성공적 출범을 이끈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1기), 카카오의 사업재편과 성장 동력을 마련한 임지훈 대표(2기)에 이어 카카오 3기를 이끌게 됐다.
여민수 대표와 조수용 대표에겐 뚜렷한 색깔이 있다. 우선 여민수 대표는 광고 전문가다. LG애드와 오리콤을 거치며 광고계에 뛰어든 여 대표는 2000년 NHN에 합류해 김범수 의장과 연을 맺었다. 지난 2016년 김 의장의 제안으로 카카오에 합류한 여 대표는 당시 카카오의 최대 난제였던 광고플랫폼 수익성 강화라는 특명을 부여받았다. 이후 여민수 대표는 카카오 광고플랫폼을 전면 개편했다. 카카오톡(모바일), 포털 다음(온라인)을 축으로 사용자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신속한 효과로 이어졌다. 광고실적 부진에서 허덕였던 카카오는 여 대표 합류 1년만에 반전에 성공한다. 2017년 기준 카카오의 광고 플랫폼 매출은 5,9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조수용 대표는 브랜딩 전문가다. 지난 2003년부터 NHN 디자인총괄부문장으로 근무하며 포털서비스 네이버의 기틀을 닦은 장본인이다. 네이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녹색 검색창’이 바로 조 대표의 작품이다. 네이버 판교사옥 ‘그린팩토리’ 건축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네이버에서 나온 조 대표는 이후 브랜드 컨설팅 기업 ‘JOH’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2016년 카카오 브랜드디자인 총괄부사장으로 합류한 이후에는 카카오 본사 및 자회사의 브랜드전략 수립과 마케팅 캠페인을 전담하는 공동체브랜드센터를 이끌었다. 이후 카카오뱅크, 카카오T, 카카오미니 등의 주요 브랜드 론칭을 주도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 출범이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광고 플랫폼 강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지고, 브랜딩 전문가의 경험을 기반으로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카카오 서비스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번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는 ‘급진적 변화’보단 ‘안정 후 점진적 변화’를 선택한 김범수 의장의 복심이 투영됐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김범수 키즈’라고 불렸던 임지훈 대표는 카카오 합류 후 ‘벤처기업 같은 속도감’을 수차례 강조했다. 젊은 리더십으로 조직문화를 한층 유연하게 만들고, 속도감 있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산이었다. 이 역시 통합 카카오 출범 이후 다소비대해진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김 의장이 복심이 반영된 인사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였다.
여민수·조수용 두 사람은 모두 IT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검증된 능력과 리더십으로 카카오의 안정을 도모하기에 최적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한 IT업계 전문가는 “이미 기존 경영진들과 오래전부터 함께 일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보다 쉽게 (회사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2년여 간 뿌려진 성장의 씨앗을 잘 가꿔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에게 부여된 미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민수·조수용 체제의 카카오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글로벌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카카오는 글로벌 무대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쟁 플랫폼인 네이버의 ‘라인’이 이미 해외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의 도전 무대는 네이버 라인이 주름잡고 있는 일본이 될 전망이다. 물론 ‘카카오톡’으로 라인과 정면대결을 펼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무기는 웹툰서비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본 웹툰시장은 4조 원 규모의 일본 만화시장에서 약 40%(1조6,000억 원)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30%씩 성장하며 일본 내에서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 웹툰서비스 ‘픽코마(Piccoma)’는 일본 내에서 월간 사용자 200만 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임지훈 대표도 “지난해 픽코마와 같은 신규사업이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올해도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의 카카오 3기는 기대만큼 안정감 있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대표 내정 후 ‘긴장’과 ‘책임’, ‘사명감’ 등을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보인 두 사람의 향후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