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發 관세폭탄, 관련국 공조로 리스크 줄여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의 방패를 버렸다.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에 반대하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끝내 물러났다. 극단으로 치닫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미국의 통상정책은 피터 나바로 무역담당 보좌관과 게리 로스 상무장관 같은 강경파에게 장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을 위한 행정명령 서명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선전포고가 될 터이다.


해당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벌써 보복의 칼을 꺼내 든 곳이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현실로 나타나면 미국산 피넛버터·크랜베리·오렌지주스같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반(反)미 연합전선 등장도 감지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 중국을 비롯한 18개 회원국들이 일제히 미국의 조치를 비판한 것은 그 전조다. 아직 트럼프가 서명하기 전이기에 집단공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된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들이 힘을 합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관련기사



물론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하더라도 15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면제국으로 지정할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는 모양이다. 우리만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통상에서 말하는 국가안보란 군사적 의미가 아닌 일자리와 개별산업 보호다. 한미동맹이 끼어들 틈은 별로 없다.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미국이 끝내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고 세계 최강국 미국에 나 홀로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EU나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과 힘을 합쳐 우리가 직면한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 수출의 명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차관급 통상교섭본부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통상외교 라인을 총동원함이 마땅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