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근로자 선택권 확대...'노후자산 수익률 1%' 벗어나나

■이르면 연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금융사 퇴직자산 제대로 운용 못해

국민연금 수익률 3분의1 수준 그쳐

노사 모두 참여하는 독립기구 설치

기금 운용 책임·전문성 대폭 강화



고용노동부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입법 철회에서 재추진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근로자들의 노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 위기에 처한 근로자들 중 재취업이 용이하지 않은 40~50대는 30년 이상을 외부소득이 불확실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분석은 퇴직연금제도 개편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55세 이후 수령이 가능한 퇴직연금은 조기 은퇴한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수단을 제공한다”며 “그런 만큼 투자수익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부가 다시 추진하는 기금형퇴직연금은 기업이 사외에 독립된 기구를 설치해 사용자와 근로자, 전문가 참여를 통해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운용방식은 ‘계약형’으로 확정기여형(DC)과 확정급여형(DB)으로 나뉜다. 두 방식 모두 사용자가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어 자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회사는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 어떤 유형을 선택할지 노동자 의견을 묻는다. 퇴직연금 적립금 168조4,000억원 중 25.1%(42조원)는 DC형에, 65.9%(110조9,000억원) DB형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도입이 결정된 후 연금을 관리할 금융회사에는 노동자가 개입하지 않는다. 그나마 DC형만 결정된 금융회사를 통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다.

문제는 노동자의 선택의 폭이 좁은데 금융회사가 퇴직자산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7년 기준 1.33~1.90%로 국민연금 수익률(7.26%)의 3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낮은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안정적인 운용 방식을 꼽는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의 80% 이상은 은행이나 보험사에 묶여 있는데 이들은 예금으로 대표되는 확정금리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이 같은 운용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이 활황일 때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나아가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이를 따르지 못할 때는 노동자가 퇴직금을 수령할 때 실질적인 수령액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금융투자업계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통해 이 같은 정체를 해소하고자 한다. 기금형퇴직연금을 도입하면 노동자가 자신의 노후자산을 운용할 때 수익률과 안정성 중 적정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투자성향에 따라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또한 노동자와 사용자의 입장 및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리인이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전문성이 제고되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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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고용부는 지난해부터 정부입법안을 마련하고 법제처 심사도 끝냈지만 국무회의 직전 스스로 이를 철회했다. 당시 고용부 측은 “전반적으로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은행·보험업권의 반발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또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퇴직연금은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노후자금으로 운용되는 만큼 큰 손실이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기금형퇴직연금 도입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노후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기금형퇴직연금은 노사 간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전문성을 보유한 수탁법인이 연금자산을 운용해 전문성을 제고한다”며 “전반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주의 기금형퇴직연금의 경우 자금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해 2016년 말 기준 연평균 수익률 6.8%, 5년 평균 수익률은 9.2%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기금형퇴직연금을 도입한다고 당장 수익률이 확 오르는 것은 아니다. 선택권이 넓어지는 만큼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때문에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운용되는 비중을 설정하는 등 제도 도입 초기 내용에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김 연구원은 “계약형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의무태만, 지나친 의존, 지배구조 간 경쟁 부재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도 계약형과 공존하면서 해당 기업이 둘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적 지배구조 체제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종호·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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