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던 배우 조민기가 사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과는 별개로, 들불처럼 번지던 미투 운동과 용기 내서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혹시나 다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민기는 9일 오후 4시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민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조민기는 지난달 20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당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것. 소속사를 통해 부인했으나 이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하는 폭로글이 이어졌고 조민기는 결국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다”라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일생동안 제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다. 앞으로 헌신과 봉사로써 마음의 빚을 갚아나겠다”고 전했다.
이후 조민기의 성추행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조민기의 성추행 관련 진술을 확보했으며 한 달 간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조민기에게 12일 출석을 요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사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조민기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민기가 말한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은 그의 사망과 함께 사라지게 됐다.
조민기는 사망 전 지인들에게 “실망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지인에 따르면 “마음의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고. 앞서 사과문에서도 조민기는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시간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치다보니 잠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배우로서 또 교수로서 커리어도 쌓았고 가족도 있는 조민기에게 이번 성추행 폭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은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었으며, 그렇기에 어떠한 책임도 감수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였다.
조민기가 사망함으로써 수사는 종결됐다. 피해자들은 그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보상도 기대하지 못하게 됐다. 성폭력으로 받은 상처는 고스란히 남은 상태에서 또 다른 고통까지 떠안게 됐다. 실명을 걸고 용기 있게 나왔던 피해자들이 가장 걱정되는 시점이다.
또한 ‘미투 운동’에 잘못된 불똥이 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조민기의 사망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미투 운동’에 사망의 책임을 묻고 있기도 하다. 화살이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함께 경계해야 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