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업 구조조정, 경제논리만 따져야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NIMT式 퍼주기' 기업 못살려

구조조정 주체 독립성 보장

민간중심 구도 전환 서둘러야



자전거는 멈추면 쓰러진다. 이윤을 목표로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내지 못하면 결국 쓰러진다. 물론 그동안 번 돈과 쌓아놓은 자산이 있으면 한동안 버틸 수는 있다. 버티는 동안에 다시 이익을 올리면 자전거가 다시 굴러가듯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이익을 내지 못하면 결국에는 마지막이 온다. 버티는 기간 동안 기업들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비용도 삭감하고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몸부림을 친다. 회생의 길은 이러한 구조조정의 노력 가운데에 생긴다. 일단 돈을 확보해야 버틸 수 있다. 구조조정이 잘 되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해지지만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 구조조정은 회생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확실한 필요조건이다.

어려워진 회사에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 돈까지 추가로 날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줄이고 자르고 팔면서’ 새로운 자금을 투입해야 그나마 살아날 확률이 높아진다. 고용을 고려해 인력을 그대로 두고 자금만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애꿎은 자금만 더 잃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가능성이 높다. 돈만 넣으면 살아날 정도였다면 애초에 별로 나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구조조정 시행에 있어 산업의 논리와 금융의 논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 회생이다.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고 인력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면서 자금투입을 하는데 이를 금융논리라고 치부하는 것은 어색하다. 인력을 그대로 두고 기업이 망하는 것보다는 인력을 줄이더라도 기업이 회생하는 것이 고용이나 산업적 측면에서도 궁극적으로 더 낫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금융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산업논리와 금융논리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제논리’로 녹아들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정부는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로 보내고 STX조선에 대해서는 40% 인력조정을 전제로 한 추가 자금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한 자금투입이 결국 책임소재 문제를 불러온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우리의 경우 최선을 다한 결정이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책임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추가 자금지원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성동조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은 산업과 금융의 논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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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갈 길은 멀다. 한국GM이나 금호타이어 문제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정치논리·지역논리는 ‘아니올시다’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보장되듯 이제 구조조정 작업에도 최대한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철저한 경제논리로 가지 않으면 반드시 후유증이 생긴다. ‘내 임기 중에는 안 된다(NIMT·Not In My Term)’는 식으로 접근하면서 지원을 거듭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사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섣부른 압력보다는 구조조정 작업 주체에 대한 독립성 보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 공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구도를 민간 중심 구조조정의 구도로 최대한 빨리 바꿔야 한다. 그동안 노력을 많이 해왔고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반면 민간기관들이 나름의 판단을 토대로 독립적인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따른 장점이 보다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구조조정 산업에 대해 보다 강력한 진흥정책 내지 육성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민간의 역량이 축적되고 발전할수록 정부는 손을 뗄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구조조정 작업이 보다 독립적·효율적으로 이뤄지고 민간 구조조정 산업이 잘 육성되면서 구조조정 정책과 산업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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