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추경 속도내는 당청] 추경 늦춰지면 골든타임 놓쳐...하반기엔 예산정국과 맞물려 쉽잖아

역대급 청년실업 구조조정 충격

경기악화 우려에 조기진화 나서

예산 확정 3개월만에 편성 논란

시간 쫓긴 일자리정책 실효성 의문





정부가 수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기정 사실화하고 편성 시기도 3~4월 최대한 빠른 시일로 잡은 것은 역대급 청년실업과 구조조정 충격을 서둘러 진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편성하면 2년 연속 일자리 추경이 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1일 “청년실업난에 최근 자동차·조선 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달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 발표 때 추경을 선언하되 구체적 편성안은 다음 달 중순 전까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은 ‘본예산’을 짠 뒤 긴급한 필요가 생기면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뜻한다.

정부는 실업난이 경기 회복세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긴급한 상황에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기왕에 추경을 편성한다면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야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5일 문재인 대통령 지시 이후 최대한 서둘러 오는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데 추경 편성이 늦어져 재정 집행을 제때 못하면 추경을 하는 의미가 퇴색되고 실업난 해소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청년 실업난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2016년 9.8%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 지난해도 9.8%로 한 치도 나아지지 못했다. 30~34세 실업률은 2016년 3.8%에서 지난해 4.1%로 오히려 악화 됐다. 가장 최근 통계인 올해 1월 청년실업률 역시 전년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해외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역주행’은 더 도드라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청년실업률은 2012년 16.3%에서 지난해 12.0%로 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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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주력 업종의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서 고용이 더 악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3위인 한국GM은 최근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다. 다른 공장에서도 희망퇴직을 받아 전체 근로자 중 30% 정도인 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수년째 경영난에 달리고 있는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대해서도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두 조선사의 후속 처리 방안을 발표하며 “STX조선은 40%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절차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고용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올해 예산이 확정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 추경을 또 편성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도 심각했던 청년실업을 고려해 올해 예산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경을 편성한다는 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

불과 1~2개월 만에 과거와는 차별화된 일자리 대책을 만들 수 있겠냐는 시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기업보다 청년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고 창업과 해외진출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대책으로 예고한 상태인데 이들은 과거에도 추진됐던 것들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습적으로 추경을 편성하다 보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설계가 잘 된 정책도 현장에서 작동을 안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간에 쫓겨 만든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용 추경이라는 정치적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역 구조조정 등 때문에 일찌감치 추경 예산을 제출한 창원시의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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