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트럼프發 관세 폭탄]철강업체 "태평양에 떠 있는 배들 어쩌나..."

관세조치 시행 23일 이후

美 도착 가능성 높아 고민

제3국으로 돌리면 신뢰 깨져

美 업체 인도 거절 할 수도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광양만에서 수출용 철강제품을 실은 벌크선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광양만에서 수출용 철강제품을 실은 벌크선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이 외국산 철강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강 업계에서는 당장 철강제품을 싣고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배들의 처리 방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미국으로 출발한 배들이 이번 조치가 시행되는 오는 23일 이후 미국 땅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미국에 도착하면 관세 폭탄을 맞게 되는데 그렇다고 관세 폭탄을 피해 제3국으로 방향을 돌리면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어 철강 업체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1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한 철강 업체 고위관계자는 9일 민관대책회의에서 “23일 이후에 (미국에) 도착하는 물량이 17만톤 정도이며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전체 관세가 450억원으로 치솟게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통상 한국에서 철강제품을 싣고 떠난 배들이 미국까지 도착하는 데는 짧게는 보름, 길게는 60일 정도 걸린다. 2월 중순 이후 철강제품을 싣고 미국으로 향한 배들이 23일 이전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 조치로 당장 태평양에 떠 있는 배들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철강 업계의 시급한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의 경우 이미 60%가 넘는 관세를 받고 있어 이번 조치까지 더해질 경우 90%에 육박하는 관세를 물기 때문에 미국 현지 제품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이에 포스코·현대제철·동부제철(016380)·세아제강(003030)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미국 고객사들과 협의 중”이라며 “중간에 배를 돌려 제3국으로 보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계약이 복잡해질 수 있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철강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발주한 물건은 납기대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앞으로 15일 남은 관세 협상에 실낱같은 기대를 거는 곳도 있다. 동부제철의 경우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하는 석도강판(식료품 캔에 주로 사용)을 주로 미국에 수출한다. 회사 관계자는 “안보와 큰 관련이 없고 미국 캔 업체에도 영향을 주는 석도강판은 관세 부과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일단 관세를 물고 들어갔다가 환급받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업체들이 제품 인도를 거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계약 시 관세는 대부분 물건을 사는 업체들이 문다”며 “관세 폭탄으로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고객들이 제품을 안 받으려 할 수도 있고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