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사 NXC가 일본 자회사인 넥슨재팬 지분 매각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대형 단일 인수합병(M&A)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M&A 대상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창출과 사회문제 개선을 위한 투자 방식인 임팩트투자의 일환으로 분야는 핀테크 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사업인 게임(넥슨) 사업 분야 지분을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비게임 기업의 지분을 늘리며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가 해외로 진행될 경우에는 정보기술(IT) 강국인 인도의 블록체인 사업체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XC는 3,000억원 규모의 IT 기업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마치고 인수 협상 단계”라며 “인수가 성사되면 넥슨과 NXC의 M&A 거래에서 네 번째로 큰 거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본 IT 기업을 인수하려다 실패하고 인도 시장 내 기업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수 기업은 블록체인 등 IT 업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적인 투자주체는 NXC의 벨기에 소재 투자 자회사 NXMH다.
특히 이번 투자는 NXC가 올해부터 추진한 임팩트투자의 연장이다. 임팩트투자는 수익률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사회적투자와 달리 수익률과 사회적 기여도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전략이다. 올해 초 NXC는 딥러닝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콰라소프트에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는 자산관리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실제 운용에 따른 수익 창출도 가능해 임팩트투자에 선정됐다.
NXC는 이번 거래를 위해 올해 초 넥슨재팬의 지분 1,000만주(약 3,500억원)를 매각했다. 당시 지분 매각으로 NXC는 일본 증시 상장 후 처음 넥슨재팬 지분율이 기존 50.61%에서 48%대로 떨어지며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밖에 향후 추가 투자 대금 마련을 위해 오는 31일 기준으로 넥슨재팬 주식을 2대1로 액면분할할 예정이다. 액면분할로 주식 유동성을 확대해 추가 지분 매각이나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예정이다.
NXC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투자 분야는 유모차 기업에서부터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업종을 불문한다. 지난 2013년 유럽 유명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에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 바 있는 NXC는 같은 해 레고 블록 거래 플랫폼 브릭링크를 인수했다. 이어 2015년에는 국내 e커머스 기업 위메프에 1,000억원 규모 소수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위메프 투자에 이어 오랜만에 국내 4위권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912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NXC가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을 확장한다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주 회장은 주로 당시 관심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편인데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이 불기 전에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해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NXC는 ㈜승산과 함께 가승개발을 설립, 골프장과 스키장 등 종합 리조트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승산의 최대주주는 김정주 회장과 인연이 있는 허용수 GS EPS 사장이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은 주요 IT 기업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주사인 NXC의 2016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조6,907억원이다. 순현금도 3조1,423억원으로 국내 주요 IT 기업 중에서도 보유 현금이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NXC 측은 “현재 단일기업 인수를 위해 거래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협의 사항은 밝히기 힘들다”고 전했다.
/박호현·양사록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