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서훈 면담시간 4배 늘린 아베…"北 비핵화 실천이 중요"

●특사단, 訪北 성과 설명

"北 진전 가져온 文 리더십 경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 협력 중요"

예정 시간보다 45분 넘게 면담

남북회담, 비핵화 등 문제 초점

美 "北 말·행동 일치해야" 압박

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이 13일 도쿄 총리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서 원장의 아베 총리 접견은 예정됐던 15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도쿄=연합뉴스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이 13일 도쿄 총리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서 원장의 아베 총리 접견은 예정됐던 15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애초 15분으로 예정됐던 면담시간을 1시간까지 늘렸다. 한반도 정세의 급진전으로 ‘재팬 패싱’ 논란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다급함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인 납치 등의 해결 의지를 북한에 직접 전하기 위해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 설명차 일본을 방문한 서 원장을 만나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일본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베 총리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 벌기’용으로 이용할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의 대화 제의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아베 총리의 다급함은 의전에서도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은 아베 총리를 만날 때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의자를 사용해 아베 총리를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이날 일본은 서 원장에게 아베 총리와 같은 종류의 의자를 제공했다. 아베 총리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국면에서 변화를 가져온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며 문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베 총리와 서 원장은 지금까지의 한일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현 상황 변화는 그동안 한미일 세 나라가 긴밀하게 공조해온 결과”라면서 “앞으로 한국과 확실히 공조해나가겠다. 한미일이 협력해 북핵·미사일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서 원장도 “한반도 평화의 흐름이 이어지려면 한일 두 정상 간 의지의 결합과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날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했다. 정 실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러시아가 오는 18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 실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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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주초에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인선이 발표되고 주말에는 1차 회의도 열게 될 것”이라며 “과거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리는 등 준비가 (많이 필요했으나)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짧아지고 거기에 맞게 실용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는 변죽을 울리기보다 핵심을 파고드는 쪽으로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등 핵심 문제에 초점을 맞춰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한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상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미국 측의 입장을 공유한 뒤 “이번 기회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면서도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정·이태규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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