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국회에 권력구조 개편과 수도 이전의 법적 근거 등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플랜 B(차선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헌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되 만약 국회 처리 불발 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일명 ‘광화문시대’ 공약 이행에 관한 논의를 추진하는 것이다.
13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개헌 여부에 따라 집무실 이전을 정부청사를 포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 고위관계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해소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며 “따라서 이번에 발의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광화문시대 공약을 (논의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면 경호·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상당액의 정부 예산이 소요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물론 그런 이슈들도 발생하겠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본질적 문제에 비하면 부차적인 사항들”이라며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청사로 옮기고 청와대는 북악산 시민휴식공간으로 조성해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광화문시대 공약 추진을 개헌 실현 여부와 연계하려는 것은 대통령이 곧 마련할 개헌안에 행정수도를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서울이 관습법상 수도라고 판결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수도와 관련한 규정을 법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헌안에 담아 서울 외의 지역으로도 행정수도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개헌으로 행정수도를 (세종시 등으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행정수도로 옮기게 되므로 광화문시대 공약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며 “하지만 개헌에 실패한다면 (문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재추진이 어려울 수 있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것이라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 등을 청와대 외의 지역으로 옮기려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는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국민들과 유리돼 있는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며 밀실 정치와 정치적 야합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라고 보고 국민들과 관료들에게 좀 더 개방돼 공공의 감시가 가능한 광화문 청사 등으로 집무실을 옮기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