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4개 대회 연속 8강 진출 상승세
“호주오픈 기권 설욕기회 빨리 찾아와”
3세트 경기라 체력부담 적어 해볼만
정현(22·한국체대) 본인도 이렇게 빨리 재대결이 성사될지 몰랐을 것이다.
세계 테니스의 신성 정현과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가 16일 오전11시께(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리턴매치를 벌인다. 정현은 15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파리바 오픈(총상금 797만2,535달러) 단식 16강에서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를 2대0(6대1 6대3)으로 완파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페더러는 제러미 샤르디(100위·프랑스)를 역시 2대0(7대5 6대4)으로 누르고 정현의 8강 상대로 확정됐다.
페더러는 현 세계랭킹 1위의 최강자. 이에 맞서는 정현도 세계 26위로 만만치 않다. 다음주에 발표되는 세계랭킹은 여기서 더 올라 2014년 US 오픈 준우승자 니시코리 게이(일본)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순위에 오르게 된다. 정현과 페더러의 8강전은 정현을 응원하는 한국팬들뿐 아니라 세계 테니스팬에게도 신성과 전설의 대결로 큰 관심을 모으는 한판이다.
페더러 16강서 佛샤르디 2대0 제압
올 15전 전승…16연승이 최고 기록
덜미 잡히면 랭킹 1위 나달에 내줘
정현과 페더러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월26일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 오픈 4강에서 만났다. 정현은 알렉산더 즈베레프(5위·독일), 노바크 조코비치(13위·세르비아)를 연파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4강 신화를 썼다. 전설과 후회 없는 경기를 다짐했지만 발이 버텨주지 못했다. 이미 16강 때부터 발바닥 물집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정현은 “페더러와 경기 때도 진통제를 맞고 들어갔는데 더 이상 진통제 효과를 볼 수 없더라. 그래서 (기권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1세트 1대6 뒤 2세트 2대5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현은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해 호주 오픈 이후 4개 대회 연속 8강의 성적을 냈다. 올해 모든 경기 전적은 15승5패. ‘제5의 메이저’로 통하는 마스터스1000 등급의 대회에서 첫 8강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도 이번에 얻었다. 5세트로 펼쳐지는 메이저 무대와 달리 3세트 경기라 체력 부담이 덜하기도 하다. 마침내 정상 컨디션에서 페더러와 맞붙게 된 것이다. 정현은 이번 대회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2회전부터 두산 라요비치(91위·세르비아)를 2대1, 토마시 베르디흐(15위·체코)를 2대0으로 꺾었고 쿠에바스마저 쉽게 이겼다. 2시간50분의 접전을 펼친 라요비치전을 빼면 비교적 수월하게 올라왔다.
물론 페더러도 컨디션이 최고조에 가깝다. 올 시즌 15전 전승 중이다. 이번 8강에서 정현을 이기면 16전 전승이 되는데 이는 역대 페더러의 개막 후 최고 페이스와 동률을 이루는 기록이다. 이번 대회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정현을 이기면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페더러는 만약 덜미를 잡히면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에게 왕좌를 물려주게 된다.
페더러는 샤르디를 만나 11번째 게임에서야 첫 브레이크를 뺏는 등 다소 고전하는 듯했으나 결국 1시간22분 만에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현도 투어 대회 우승을 여섯 차례나 해본 베테랑 쿠에바스를 맞아 1시간18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1세트를 쉽게 잡고 2세트도 5대0까지 갔다. 매치포인트를 여러 차례 잡고도 5대3까지 허용해 한때 불안감을 주기도 했지만 승리에는 문제가 없었다. 경기 후 정현은 “바람이 심했고 쿠에바스가 잘해 마지막에 힘들었다”며 “페더러는 정말 빠르고 좋은 서브를 구사한다. 베이스라인 공격 등 모든 면에서 대단하다. 코트에 내 100%를 모두 쏟아붓고 그저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페더러는 “호주 오픈 때 정현이 부상으로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나아져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