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수석 경제보좌관을 겸하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20년 지기의 ‘충성파’인 래리 커들로(71) 경제평론가를 내정했다. 방송 진행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세월 인연을 쌓으며 지난 2016년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꾸준한 지지자이자 비공식 참모로 활동한 커들로는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중 무역제재를 옹호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어젠다 관철에 우선순위를 뒀다. 다만 커들로는 앞서 게리 콘 전 NEC 위원장의 사퇴를 부른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에 반대하는 ‘자유무역 신봉자’로 알려져 있어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차기 NEC 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보좌관에 경제매체 CNBC방송의 경제평론가인 커들로가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언론의 주목을 즐기는 ‘과시형’인 커들로가 최근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지난 13일 저녁 NEC 위원장직 제안을 받아 즉각 수락했다고 밝힌 것이다. 백악관은 언론 보도 후 성명을 통해 “커들로에게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NEC 위원장직을 제안해 받아들여졌다”며 “질서 있는 업무 인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20여년 인연 ‘충성파’
대선 때부터 비공식 참모 역할
보수성향에 감세·규제혁파 중시
“달러, 안정성 핵심” 약세 제동걸듯
뉴저지 출신의 유대계인 커들로 내정자는 로체스터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학위를 취득하지는 못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이코노미스트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커들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예산국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다가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후 치료에 성공한 커들로는 CNBC방송의 간판 경제평론가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약물중독 이력이 백악관 재입성에 장애가 될 가능성에 대해 그는 23년 동안 완전히 손을 씻었다고 강조했다.
커들로 내정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인연은 트럼프가 기업인이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송 인터뷰 등으로 트럼프와 친분을 쌓은 그는 대선 기간에 본인의 소신이기도 한 감세 정책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가다듬어 트럼프 진영의 대표 공약으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커들로에 대해 “오랜 친구이자 매우 재능 있는 좋은 사람”이라며 “선거에서 나를 가장 먼저 지지해준 그룹”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최근 커들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 등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며 각을 세웠지만 ‘트럼프맨’으로 백악관에서 충실한 참모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커들로는 이날 내정 발표 후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오랫동안 규칙을 따르지 않아 강력한 무역 대응을 자초했다”며 대중 무역제재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그는 “대통령의 정책 방침과 의견을 같이하며 대통령이 정한 정책을 잘 이행할 것”이라며 사실상 충성 맹세도 했다.
국제사회는 애초에 자유무역 신봉자인 그가 므누신 재무장관과 손잡고 백악관 내 대표적 보호무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국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견제하며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 부과 완화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또 추가 감세와 규제 완화, 정부 지출 축소 등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뚜렷한 보수성향에 감세와 규제 혁파, 정부 지출 축소 등 공화당 정강의 지킴이인 커들로는 철강 관세 부과로 소원해진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의 관계 개선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 재정을 중시하는 커들로 내정자는 달러 가치에 대해서도 “안정성이 핵심”이라며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한 달러를 보고 싶다”고 밝혀 최근 달러 약세에 제동을 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