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반대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수사기관 영장 남발 막을 장치 남겨둬야

검사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현행 헌법 조항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영장청구 권한 독점에 따른 검찰 권력화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개헌 논의를 통해 영장청구권을 헌법규정에서 삭제하거나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제4차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검찰 영장청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장청구 독점폐지 찬성 측은 현 제도가 검경의 평등한 관계를 가로막고 이로 인해 일부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영장청구 주체를 다양화할 경우 영장청구 남용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커진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이 수사단계에서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통해 영장신청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다른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영장신청을 막아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줄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정기관이자 사법기관인 검사의 통제를 통해 영장 남청ㆍ남발로 인한 인권유린의 피해를 막고자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인권침해 소지가 가장 많은 수사 분야에서 헌법과 법률이 검사 제도를 둬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에 대한 지휘ㆍ감독은 물론 전속적 영장청구권 등의 권한을 부여한 것은 절차법적 차원에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도 체포·구속·압수ㆍ수색 등 강제수사는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경찰의 영장신청에 대해 검사가 이를 다시 검토해 법원에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검사의 영장심사, 긴급체포 승인절차는 현행 규정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런데 국민 인권의 이중적 보호라는 정신이 담긴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에서 ‘검사’를 지워버리자는 주장이 있다. 앞으로는 2만400여명의 일반사법경찰과 특허청ㆍ세관공무원 등 각종 국가기관 소속의 특별사법경찰 약 1만7,000명에게도 직접 법원에 구속ㆍ압수 수색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무슨 주장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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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주장에도 이유가 없을 리 없다. 영장을 발부해 구속해야 할 피의자나 압수ㆍ수색을 통해 긴급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할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영장신청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해버린다는 것이다. 그 피의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증거를 은닉하고 사건을 은폐하는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유를 따져보니 이른바 ‘검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 ‘전관예우’ ‘권력형 비리’가 그곳에 들어 있더라는 것이다. 연간 평균 약 160만건 이상의 검거 사건 가운데 과연 그런 사건이 몇 건이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모든 피의자는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을 받으며 임의수사ㆍ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많은 민중의 피와 생명을 대가로 쟁취한 근대 형사사법의 근본원칙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예외가 쉽게 인정된다면 그 대상이 바로 ‘나’일 수 있음도 감내해야 한다. 나아가 경찰이 특정 피의자를 구속할 정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검사도 그런 심증을 형성하고 영장신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도 편협한 생각이다. 그것을 의심하고 살펴보라고 헌법이 마련한 제도가 바로 검사의 영장청구 전속 기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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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개헌 주장의 요체는 ‘검사의 방해 없이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하고 압수ㆍ수색하게 해달라’는 말과 다름없다. 하지만 바로 이를 막기 위해 검찰의 영장신청 통제라는 헌법 규정이 마련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는 경고의 의미를 새겨야 할 이유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기각해 옥살이를 면하게 된 사람이 2016년 한 해만도 약 9,300명에 달했다.

만약 어느 검사의 영장 사무처리가 불공정ㆍ불평등했다면 이는 헌법적 신뢰를 배반한, 허용될 수 없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특정 검사의 불공정한 업무집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해당 검사를 일벌백계하고 그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른 해결책이다. 비리검사로 언급되는 극소수 예외적인 일 처리에 대한 의구심으로 모든 국민의 신체·주거 자유를 보호하려는 검사의 영장청구 전속 규정의 헌법적 가치를 폐기해버리자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와 다를 바 없다. 비정상의 일탈에 대응하자고 모든 국민의 자유를 도매금으로 넘기는 일이 국민만 보고 가는 개헌 논의에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뿐이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는 경찰이 수긍하기 어려운 검사의 영장신청 기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수사지휘를 전산ㆍ서면화하고 수사 지휘선상에 있지 않은 어떤 사람도 수사검사에게 공식적 기록 없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시행을 권고했다. 오랜 논쟁ㆍ숙의를 거쳐 권고된 이러한 제도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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