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EU, 구글 등에 '패키지 규제'...무역분쟁 격전지 된 IT

순익 아닌 매출 기준 과세 추진

EU '디지털 세금안' 이달 공개

유럽기업 겨냥 美 세제에 반격

뚜렷한 명분 없이 분쟁만 격화

글로벌 '뜻밖의 재난'에 숨죽여

1615A12 미국 제재02



미국발 무역전쟁의 전선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형성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다국적 IT 기업을 겨냥해 지적재산권 비용 송금을 막는 세제를 도입하자 유럽연합(EU)도 미국 IT 업체에 세금 폭탄을 던지려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라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합병(M&A)을 금지한 데 이어 미국과 EU가 ‘공평한 과세’를 내걸며 맞대응하는 등 통상 분쟁이 IT 분야를 무대로 점차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미 거대 IT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세금’ 신설안을 이달 안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세계와 EU 내 연간 매출액이 각각 7억5,000만유로(약 9,890억원)와 5,000만유로 이상인 IT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순이익이 아닌 매출에 과세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매출에 세금 3%를 부과하면 EU는 연간 48억유로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된다.


EU는 순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한 과세방식으로 IT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구글 등은 기존 세법을 악용해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 등에 본사를 두고 다른 유럽 지사가 특허비용 등을 본사에 지출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매출이 발생한 국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순익이 본사가 있는 국가에 몰리는 것이다.

관련기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이번 세제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기업에 적용한 새로운 세제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입법 완료한 세제개편안에는 다국적기업이 해외 관계사의 설비 등 자산을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과도한 로열티를 지급할 경우 적용되는 세원잠식방지세(BEAT)가 포함됐다. BEAT는 미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이 미 정부에 납부해야 할 과세액과 당해 연도 표준 과세소득에 해외자회사로의 송금액을 더한 금액의 5%(2019~2025년 10%, 2026년부터 12.5%)를 비교해 더 높은 쪽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등 각국 본사에 로열티를 내는 미국 진출 기업을 겨냥해 “미국에 세금을 더 내라”는 압박과 다름없다.

문제는 IT 시장을 둘러싼 최근의 무역 분쟁이 뚜렷한 명분이나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중국으로 차세대 초고속 통신망인 5세대(5G)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안보를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했지만 중국계 자본이 브로드컴의 경영권에 연관됐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연방무역위원회(FTC)가 반독점법의 관점에서 조사하고 있었다”며 “반독점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 안보를 들어) 대통령 명령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만에 하나 실행할 수 있는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 EU는 국제공조를 계획하고 있다. EU는 오는 19~20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IT기업에 대한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서는 조세회피에 대한 국제공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피에르 그라메냐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미국이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OECD 수준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이유로 IT 기업의 M&A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다른 나라도 ‘뜻밖의 재난’에 밀려 들어갈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변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