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뒷북경제] 이라크 유전 성공 일군 정상외교…‘적폐’ 수사 끝내고 文 대통령 나서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역외탈세, 비자금 조성, 대선 개입 등의 혐의를 갖고서죠. 이와 함께 최근 여러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이명박 정권 당시 진행됐던 자원개발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리베이트’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와 더불어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도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됐던 다수의 자원개발 사업을 들여다보며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문제가 있었던 만큼 ‘메스’를 들기도 해야 하지만 아예 자원외교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정부는 올해 6월 중장기 해외자원개발 전략을 발표할 전망인데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중장기 자원개발 방안에 적폐 수사와 자원개발 공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자원 확보를 위한 대통령의 행보도 다시 재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자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요 경쟁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정상외교를 강화하는 사이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자원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해외자원개발이 이명박 정권의 ‘심벌(Symbol)’로 치부하는 인식 탓에 문재인 정부가 자원개발의 발을 떼고 있지 못하지만 본격적인 자원개발 정상외교의 문을 연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노무현 정부에서부터였습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6년 정부가 발표한 해외자원개발 투자실적에 따르면 해외자원투자개발액은 21억달러로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이 4억6,000만달러까지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노무현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노무현 정부는 “임기 중 자원외교를 목적으로 17개의 국가를 방문했고 그 결과 88억배럴의 석유 가스와 광물 자원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기틀을 닦았던 중앙아시아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에 자산이 됐는데요. 대표적인 사업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사업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2005년 5월에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는 자원협력약정이 체결돼 양국 간 에너지·자원 분야 협력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됐고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즈벡 사업에 사인하게 됩니다.



■성공한 자원개발, 그 뒤엔 정상외교가=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이 전부 다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추진 일정 탓에 부실 사업이 있었고 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비리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성공한 자원개발 사업의 뒤엔 대통령의 자원 정상외교가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2월 국빈 방한 중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이라크 유전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연계하는 사업에 합의했습니다. 한국은 이라크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SOC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라크는 한국에 유전 개발·생산 광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었죠. 당시 이라크는 불안한 정세 탓에 한국 기업의 활동이 사실상 전무했던 미개척지였는데요. 우리나라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폭탄이 쏟아지던 바그다드 시내로 진입해 한·이라크 경제협력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정상외교의 기틀을 닦았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이 탈라바니 대통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자원외교의 힘이 증명된 순간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가스공사는 이라크 주바이르와 바드라 등 유전입찰에 성공했다. 매년 43만배럴을 생산하는 주바이르 유전사업은 지난해 12월 개발사업 투자비 24억9,000만달러를 전액 회수했고 오는 2035년까지 매년 순수익을 거두는 ‘노다지’로 평가받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기틀을 닦은 우즈벡 사업 역시 이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한국 정부의 정상외교 탓에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우즈벡을 방문해 롯데케미칼·한국가스공사 등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하는 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현재 수르길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수익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지분법 이익으로 4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원개발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권을 뛰어넘어 국가 차원의 연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원외교를 5년간 손 놓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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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획득한 아부다비 석유개발 사업도 자원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기득권을 선점한 영국·미국·프랑스 등 선진국 메이저 기업 외에는 외국 기업의 자원개발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접근 불가 지역이었지만 정부에서 UAE와 ‘100년간의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맺겠다는 기조하에 2011년 3월 한·UAE 양국 정상이 석유가스 분야 개발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엑손모빌’과 같은 석유메이저 기업이나 일본 기업에만 진입을 허용한 UEA 아부다비에 세계 77위의 석유기업인 한국석유공사와 GS 에너지가 진출한 것은 정부의 정상 자원외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는데도 말이죠.



■中·日 정상의 끊이지 않는 자원외교=한국이 정치적 공방으로 정상 자원외교를 방치하는 사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자원 영토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몽골·사우디아라비아·터키 등과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에 합의했고 지원 예산도 7,000억원 규모로 증가시켰습니다. 이어 자원 확보전략 5대 방안을 수립하고 현재 20%대에 머물러 있는 자주개발률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시 주석 역시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로 하며 자원 외교 의지를 드러냈죠.

이로 인해 자원 부국인 중국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도 자원개발 확보 성과가 미진합니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광물자원의 양을 의미하는 ‘자주개발률(옛 자원개발률)’이 경쟁국인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데요. 석유·가스 자주개발률(2014년 기준)은 14.4%로 일본(24.7%)에 뒤져 있고 유연탄·동·철광 등 전략 광물 자주개발률은 일본이 60%인 데 반해 한국은 32.1%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자원외교는 국가가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 정상들이 코발트·리튬 등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간으로 자원개발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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