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5시간가량의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전날 오전 9시 50분부터 18일 오전 1시 10분까지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서 이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감독은 “피해자분에게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사과장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혐의를 인정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단원들을 상대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른 것인지와 성폭력이 상습적이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6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 의혹은 피해자들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피해자 16명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감독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가 사건을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이달 5일 이 전 감독을 출국금지한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통해 자세한 피해 사실을 듣는 한편, 지난 11일 이 전 감독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 전 감독의 가해 행위는 대부분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2013년 이전 범행이라도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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