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기업이 최고의 성과를 낸 직원들을 선발해 포상하듯 우리 회사에서도 매년 ‘하이퍼포머(고성과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그런데 수년간 하이퍼포머를 선정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답을 말하기 앞서 먼저 독자 여러분께 질문해보고 싶다.
내가 일하는 서비스업(헤어·뷰티)에서 최고의 하이퍼포머는 시내에 있는 매장과 번화가가 아닌 외곽 지역에 있는 매장 가운데 어디에서 더 많이 나올까. 정답은 예상외로 포지셔닝이 좋지 않은 매장이다. 최근 3년간 ‘올해의 준오 대상’을 받은 디자이너는 모두 서울 외곽 지역 디자이너들이다.
이유가 뭘까. 이유 역시 재미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위치가 좋은 시내 중심가 매장에서 일하는 헤어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성공하기가 더 어렵다. 신규 고객을 많이 받아 손님 귀한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이 많은 데는 내가 잘해주지 않아도 손님이 또 온다. 그래서 고객은 언제든 온다고 착각하게 되고 고객에 대한 갈증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에 들이는 정성도,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슬그머니 떨어진다.
반면 하루에 손님 한 명 만나는 것이 소원인 외곽 지역 매장은 손님이 얼마나 귀한지를 안다. 손님이 오면 아무리 바빠도 최선을 다한다. 찰거머리처럼 딱 붙어 진심으로 잘해드린다. 내가 지금 정성을 쏟지 않으면 이 고객이 다시는 안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손님 하나 놓치면 큰일 난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한다. 또 고객이 없으니 어떻게 하면 고객을 끌 수 있을지 열심히 연구하고 실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책을 보고 공부하면서 하나라도 고객을 챙기고 감사해한다. 진정성이 뚝뚝 묻어나는 노력을 보고 있자면 내가 봐도 눈물이 날 정도다. 이런 노력 덕에 최고의 하이퍼포머는 신규 고객이 없는 매장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요지는 실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처음부터 상권이 좋은 매장에 배치받은 디자이너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실력 향상이 크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내가 올리는 성과가 정말 실력에서 나오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실력과 역량을 높이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경쟁하든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골에 살아도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처럼 말이다.
고인이 된 유명한 무술배우 이소룡은 “나는 만 가지 킥을 연습한 사람은 두렵지 않지만 한 가지 킥을 만 번 연습한 사람은 두렵다”고 말했다. 먼저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력을 갖추자. 그런 후 끊임없이 역량을 강화하자. 그러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