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헌, 청와대 의욕만 너무 앞서면 안된다

청와대가 당초 계획대로 헌법 개정안 발의를 밀고 나갈 모양이다. 청와대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자문안을 바탕으로 개헌안의 세부 조문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차 출국하는 22일 이전에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안을 설명한 뒤 26일 발의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문제는 개헌이 국회 동의 없이 청와대의 의욕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국회 상황으로는 여의치 않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외에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부정적이다. 특히 범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개헌 문제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6·13지방선거와 개헌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정쟁만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오죽하면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까지 “국회에서 제안하고 의결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겠는가. 그러잖아도 정부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무총리 역할 강화와 권력기관의 독립성 보장 등 대통령 권한의 실질적 배분에 대한 장치 없이 단순히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것으로는 기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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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두 달은 우리나라의 명운을 가를 매우 중대한 시기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미국 등과의 통상 문제도 첩첩산중이다. 이러한 때 헌법 개정 문제로 국론이 분열된다면 나라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어차피 개헌이 국회 도움 없이 풀 수 없는 것이라면 이 문제는 국회에 맡기는 것이 낫다. 정부와 청와대는 북핵과 통상 등 다른 국가적 현안부터 챙기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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