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달랑 주주 10명 참석한 카카오 주총

다음 합병후 매년 제주서 개최

장소 변경 가능한데도 '고집'

신임 CEO들도 모습 안 보여

"개인 주주 배려안해" 도마 위

1915A14 제주에서 열린



카카오(035720)가 지난 16일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는 신임 공동 대표와 사외이사 임명부터 사업목적 추가까지 여러 중요한 안건이 상정됐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의 합병 이후 ‘3기 경영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주총이 시작되는 오전 9시까지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낸 주주는 10여명에 불과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를 비롯해 주요 IT 기업의 주총에 최소 100명 이상의 주주가 참석하고 회사 경영진도 대거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날로 임기가 끝나는 임지훈 대표가 진행한 카카오 주총은 20여분 만에 6개 주요 안건을 처리하며 일사천리로 끝났다. 주총에 참석한 한 개인 주주는 “새로 임명되는 최고경영자(CEO)라도 나타날 줄 알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스페이스닷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떠났다. 상장사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인 주총이 ‘형식적’으로 진행된데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한 2014년부터 열린 총 7번의 정기·임시 주총을 모두 제주 본사에서 진행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사 소재지가 제주로 신고돼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주총도 해당 지역에서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는 2012년 본사를 제주로 옮겼고 카카오와 합병한 후에도 소재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회사의 1년 성과를 보고하고 임원 선임이나 사업목적 변경 등 중요 안건을 논의하는 주총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열어 일반 주주의 참석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카카오는 주총이 끝난 직후 이사회 구성원 인선을 확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경기도 판교 사무소에서 열었다. 정작 임기가 끝나는 현직 대표 외에는 회사 경영진도 찾지 않은 제주 본사에서 주총을 열어 각종 안건을 처리한 셈이다.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카카오의 개인 주주의 보유 지분은 28.73%로, 김범수 이사회 의장 등 특수관계인(36.17%)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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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카오가 정관에 주총 장소를 이사회의 사전 결의를 거쳐 본사 외 다른 지역에서도 열 수 있는 것으로 명시해뒀다는 점에서 ‘많은 주주를 부르려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의 근무 현황을 봐도 판교 사무소 등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이 2,450여명으로 제주 본사(350여명)를 압도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총을 일반적으로 본사에서 진행하는 편이지만 주주의 접근성이나 참석률 등을 고려해 다른 장소를 섭외해도 되는데 내부에서 이 같은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임지훈 대표가 물러나고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가 새로 임명되는 등 경영진 교체가 있었는 데도 신임 CEO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도 ‘카카오가 주총을 소홀하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네이버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당시 대표 내정자 신분인 한성숙 부사장이 참석해 다수의 주주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공개발언을 한 것과도 비교된다. IT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가여서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이나 다름없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김 의장 및 특수관계인(36.18%)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이 만든 차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때 총수(동일인)를 김 의장으로 신고했다.
/제주=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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