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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름 떼야하는데"...고민 큰 사모펀드

한앤코 SK엔카·MBK ING생명 등

M&A후 브랜드 사용료 내면 부담

사명변경으로 영업력 하락 우려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새 주인을 찾은 기업들이 사명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더 이상 대기업명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후 몸값을 높여 되팔아야 하는 사모투자펀드(PE)의 경우 사명변경으로 영업력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인수 계약을 체결한 중고차 업체 SK엔카직영의 새 이름을 찾기 위해 내부 검토에 돌입했다. SK엔카직영은 SK그룹과는 관계가 없어 ‘SK’ 브랜드를 못쓴다. ‘엔카’ 브랜드도 SK가 2014년 SK엔카닷컴 설립 당시 합작사인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해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레몬 시장으로 불리는 중고차 업계에서 ‘엔카’라는 브랜드가 ‘믿을 수 있는 중고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한앤컴퍼니는 엔카 브랜드를 계속 이어가는게 기업 가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브랜드 사용료를 내면서 엔카를 이어 가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보유한 호텔현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라는 브랜드를 제거하고 새로운 간판을 달 계획이다.


한국콜마(161890)가 최근 인수한 CJ헬스케어는 매매 계약 당시 향후 2년간 ‘CJ헬스케어’ 브랜드를 쓸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CJ를 빼야 한다. 최근 J&W파트너스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SK증권(001510)도 향후 SK를 제거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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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인이 바뀐 후 기존 이름을 그냥 쓰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유위니아가 인수한 동부대우전자가는 대우그룹 해체로 대우전자가 사라져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사명 변경을 인수전에 준비하는 곳도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 생명의 ING 브랜드는 올해 사용기간이 종료된다. MBK는 이미 지난해 ING 생명의 대표색인 오렌지에서 착안해 ‘오렌지생명’, 그리고 기업 CI인 사자를 따온 ‘일라이온 생명’ 등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해놨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ING라는 브랜드력을 활용하기 위해 MBK 입장에서는 사명 변경 전인 연내 매각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명을 바꾼 후 이미지가 크게 개선된 곳도 있다. 한앤컴퍼니는 한라비스테온 인수 후 공조업체 특징을 살려 한온(寒溫·차갑고 따뜻한)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를 통해 한라나 비스테온과 관련성이 없음을 알리고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2C 업체는 브랜드가 곧 그 기업의 상품을 떠올리게 한다”며 “대기업 M&A 매물이 늘면서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업체들의 고심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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