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정위, 네이버 등 IT플랫폼 기업 규제 근거 만든다...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추진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 출범

알고리즘 담합, 데이터 독점 규율 본격화

상위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완화 방안도

독립성·전문성 확충 위해 상임위원 구성 손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허위광고 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허위광고 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구글 등 정보통신(IT)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상위 대기업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법제 보완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1차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6일 킥오프 회의에서는 특별위원회 운영 방안과 향후 논의할 17개 논의과제를 선정했다.


우선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경쟁제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된다. 알고리즘 담합, 데이터 독점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다.

알고리즘 담합은 경쟁 사업자들이 동일한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사용하거나 알고리즘 자체가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설정돼 경쟁사간 합의가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담합의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령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인 우버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요에 따라 가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미국 뉴욕지방법원은 이 알고리즘 정책 때문에 우버 기사간 묵언의 담합이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현행 담합 조항으로는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를 보완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IT 플랫폼 사업자들의 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해서 기업결합 신고제도도 정비한다. 현재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300억원 이상인 회사와 인수·합병(M&A)할 경우 공정위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매출액은 작지만 기업가치가 큰 빅데이터 기업들의 경우 법망에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 건의 경우도 왓츠앱의 매출액이 작아 한국·유럽연합(EU) 등에서 신고 의무가 없었다. 앞으로는 매출액 외 거래금액 기준을 추가해 법망을 촘촘히 할 방침이다.


열거형식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금지조항이 산업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위반행위를 포섭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조치도 마련된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끼워팔기, 차별행위 등의 위반 행위를 정부 고시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법이나 시행령으로 상향 입법해 규제의 폭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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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위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법제 보완 방안도 제시됐다. 지주회사의 경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을 허용했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오너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한 구상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규정을 도입했는데, 지분매각 등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강화한 법 개선도 추진될 계획이다.

공정위 최고회의체인 전원회의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개정도 이뤄진다. 특히 ‘투잡’, ‘쓰리잡’을 가져도 되는 비상임위원 운영 제도와 위원 구성 방식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위는 위원장(주심)과 부위원장, 3명의 상임위원, 4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이 심의하는 전원회의와 상임 2명, 비상임 1명으로 구성되는 소회의를 매주 열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 조항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법 조항 간 중복 적용 문제 등 법 체계와 구성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전면 손질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공유경제 등 새로운 경제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현행 공정거래법은 과거 경제구조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필요한 사항을 부분적으로 수정(27회)함에 따라 흐트러진 체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고, 최근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위원회는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와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민·관 합동위원장을 맡고 이들을 포함한 총 23인의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특별위원회 산하에 경쟁법제·기업집단법제·절차법제 3개의 분과위원회를 두고 오는 7월까지 매주 또는 격주의 회의를 거쳐, 올해 안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게 공정위의 계획이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공정거래법제 개선 17개 주요 논의과제공정거래법제 개선 17개 주요 논의과제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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