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각] 한국의 인종차별 #미투 #위드유

김민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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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국내에서의 일이었다고 한다. 한국인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던 한 외국인은 길거리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한 한국인 남성이 다짜고짜 “한국 사람이 왜 외국 사람을 사귀나. 한국 여자가 한국 남자를 사귀어야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모자라 계속 따라다니면서 폭언을 내뱉었다. 외국인 남자는 처절한 모욕감을 느꼈지만 대응할 방법이 없어 그냥 참았다. 이 외국인 남자는 요즘 다양한 TV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독다(독일 다니엘)’ 다니엘 린데만이다.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은 ‘단일민족’이라는 신화 속에 숨어 암묵적 동의하에 행해지는 비겁한 폭력이다. 가끔은 애국심이라는 양념까지 동원된다. 한국인보다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심지어 부모 중 하나가 한국인이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폭력이 가해진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둔 한국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인종차별은 국가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그나마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외국인 흡수가 꼽히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민족적 폐쇄성은 분명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218만명으로 전년에 사상 최초로 200만명을 돌파한 후 2년 연속 2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2%에 달한다. 오는 2021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서 외국인 비중이 5.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7%)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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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출산율 하락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다면 어느 누가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 할까.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격 같은 거창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민족적 폐쇄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Too)’ 사건들과 인종차별은 닮은 점이 많다. 미투의 근본 구조는 저항력이 약해 폭력을 당해도 참고 있었던 사람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다. 미투운동이 시대적 의미를 갖는 것은 늦게나마 밝혀진 폭력 행위를 법에 따라 처벌해 경종을 울리고 피해자들을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재발을 막는 사회적 노력에 있다.

인종차별 폭력 역시 같은 구조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인종차별을 당할 때마다 피가 끓는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힘없는 소수라서, 혹은 잠시 살다 가는 이방인이라 문제 제기를 못하고 개인적인 트라우마로만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기회에 인종차별 미투도 이어져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위드유(With You)!”
kmh204@sedaily.com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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