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이 20일 부산에서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를 만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로 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로 다음 날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문 총장은 20일 오후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요양병원을 찾아 박씨를 위문한다. 박정식 부산고검장과 대검 관계자들도 동행한다. 대검 관계자는 19일 “문 총장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할 것”이라며 “지난 달 행사 날짜가 결정됐고 박씨 가족들의 일정이 있어 이 전 대통령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변경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까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문 총장은 지난 달 초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관련 피해자를 만나 직접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해 7월 취임 직후 “검찰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에서 적법절차나 인권보장 책무를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포함해 12건을 선정해 대검찰청 산하 과거진상조사단에 조사를 권고한 상태다.
문 총장은 지난 해 12월28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총장과 함께 서울 역삼동의 한 영화관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대학생 박종철씨는 1987년 1월14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 대공수사관들의 고문을 받다 질식사했다. 이 사건은 그 해 6월 민주화 항쟁을 촉발해 10월27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