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밤’ 과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 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령한 배우 김강우의 삶의 모토는 “조화로운 삶”이다.
“직업만 잘된다고 해서 행복할까요? 제가 배우이긴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이기도 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편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모두 조화로웠으면 해요. 삶과 직업이 조화롭게 돌아가는 행복한 삶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매일 해요.”
무심한 듯 말하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진심과 내공이 느껴졌다. 이창희 감독은 이런 김강우를 두고 ‘우직한 악동기질이 매력적인 배우이다’고 평했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김강우는 “배우는 이기적인 직업이다. 본인은 몰라도 가족을 비롯해 주변 구성원의 희생이 엄청나게 뒤따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의 유부남처럼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이다”고 말하는 그는 “촬영이 없을 땐 가정일 중 도울 수 있는 걸 최소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가다가도 “똑 같은 일을 반복 하는 걸 잘 못 해서, 배우 일을 안 했으면 건달을 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우직한 악동 김강우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지난 8일 개봉한 한국식 추적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은(감독 이창희)은 국과수 사체 보관실에서 시체가 사라진 후 그를 쫓는 형사 중식(김상경 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진한(김강우 분), 사라진 아내 설희(김희애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을 담은 작품이다.
김강우는 재벌가 회장 아내의 소품 같은 삶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던 대학교수 박진한으로 열연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남편이다. 숨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이혼을 결심하지만 그럴수록 설희의 집착은 심해졌고, 그는 결국 아내를 완벽하게 살해할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한다. 그러나 완전범죄를 확신한 그때 경찰로부터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 진한은 국과수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만난 형사 중식은 그를 용의자로 몰아세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릴러 영화’라는 평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막상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김강우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편이 아내를 죽인다는 설정 자체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진한’이 비호감의 대명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 캐릭터만 보면 선택하면 안 되는 영화였어요. 굉장히 위험하죠. 캐릭터를 이해하고 배우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또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란 점도 조심스러웠어요. ‘신인 감독이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 그 점도 당연히 걱정됐죠. ”
영화는 ‘더 바디’의 리메이크작이다. 출연 결정을 주저하고 있을 때 제작사 쪽에서 이창희 감독의 단편을 보내줬다고 한다.
“이창희 감독의 단편은 더 작은 공간에서 촬영했는데 너무 잘 만들었어요. 무엇보다 몰입도가 좋았어요. 믿음이 갔죠. 게다가 저희 영화가 흔하게 뒤통수를 때리는 스릴러가 아니라, 다 같이 추리를 할 수 있는 영화라서 좋았어요. 또 배우 조합도, 김상경 선배와 김희애 선배 두 분 다 제가 좋아하는 분이고 캐릭터와 딱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진환의 시선에 따라 영화의 시간이 흐른다. 진환과 정 반대되는 중식의 시간을 대비 시키며 배치해 놓긴 했지만 관객들이 따라가는 시선은 진환의 시선이다. 그렇기에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진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고 했다 .
“저에 대한 반응은 하나도 안 궁금했어요. 작품 그리고 진한이란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궁금했다. 진한은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이해 가서도 안 되는 인물이잖아. 그래도 최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로 보인다면 관객들이 시선을 따라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식지 않는 저력을 입증한 영화 ‘사라진 밤’이 김강우의 인생작이란 찬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강우는 절대 동의 할 수 없단다. ‘인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란 김강우식 농담과 함께.
“배우인 저에 대한 평가보단 이 영화가 어떻게 평가가 날지 궁금해요. 그래서 인생작이란 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 아닌 영화 자체만 봤거든요. 그래서 너무 궁금해요.”
농담과 진심이 절묘하게 오가는 김강우식 대화법은 즐거웠다. “배우로서 목표는 없지만 대박을 365일 항상 꿈꿉니다.”는 말을 하더니, 이내 “배우라는 직업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면, 결국 배우가 끝나는 것 같다”고 확고한 철학을 제시했다.
그가 내린 해답은 10년 혹은 15년 단위로 끊어서 자신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는 것. 멀리 내다보며 걸어가지만 중간점검도 빼놓지 않았던 것. 또한 연극 ‘햄릿’ 에 도전한 것도 큰 힘과 용기를 줬다.
“배우 일이 어느 순간 지겨워 질 때가 있어요. 그러던 중 연극 ‘햄릿’에 도전했어요. 대학시절 경험했던 연극을 다시 한번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하루 하루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아등바등 할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큰 목표는 없어요. 꾸준히 해 나가는 게 목표죠. 이 직업은 정년이 없잖아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돼서도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삶도 즐기고 배우 일도 즐기다 보면, 소위 말하는 대박도 오지 않을까요?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