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에 있을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 일괄 타결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일괄 타결에는 북한이 노리고 있는 네 개의 큰 함정이 있다. 절대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
첫 번째 함정은 북한이 절대로 실천하지 않을 북한 비핵화라는 주제를 금방 해결할 것 같이 사술적 미끼를 던지고 있는 함정이다. 그동안 북한은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할 핵이었으면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북 핵 폐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대하라” “북 핵 보유는 북한 정권 3대 유훈 사업이다”라는 주장들과 북 핵 개발 실천을 정권의 존망을 걸고 지난 70여년간 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오히려 미국 핵이 한반도 주변에 반입돼서는 안 된다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사술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는 추호도 입에 담지 않고 있다. 진정한 북한 비핵화 실천은 남북 정상회담 혹은 미북 정상회담 100번을 해도 단 1%도 기대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주제가 ‘100%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고 있는 함정’이다. 이 주제는 종전이 선언되면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된 한반도에 더 이상 주한미군은 필요 없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그 궁극적 목적인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파괴를 위해 북한 정권이 지난 70여년간 주장해온 가장 중요한 하나의 숙원과제다. 특히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용어의 ‘가짜성’이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이 용어는 ‘진정한 평화’가 아닌 ‘가짜 평화(pseudo peace)’라는 점이며 북한의 정확한 실체를 모르면 이 함정에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점이 있다.
세 번째 함정은 공산주의자나 북한 정권에 협상에서의 ‘합의’와 ‘합의된 내용 실천’은 전혀 별개라는 함정이다. 북한 정권과의 그동안의 수많은 협상 경험으로 얻은 하나의 진리는 그들은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이 유리하면 온갖 강박 행위들을 동원해 실천을 강요하고 그들에게 불리하면 그다음 날로 각종 사술을 동원해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거나 실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이나 미국은 지난날 북한과의 협상에서 수많은 이러한 경험들과 실수를 했다.
마지막 함정은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주장은 그동안 중국과 북한이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그들의 전략적 목표라는 함정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사술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차단하고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가짜 평화를 동원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북한과 중국이 함께 노리고 있는 전략적 목표다. 중국은 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위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미북 평화협정 동시 진행)’이라는 용어를 동원하며 노력해오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좌파정부를 동원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전략적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일괄 타결은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달성을 추호도 기대할 수 없는 사술적 함정이다. 북한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파괴로 이어지는 대한민국과 한미 연합 방위체제 붕괴를 위해 북한과 중국이 합작으로 파놓은 대함정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산주의 국가들과 협상을 할 때 가장 경계해야만 할 일은 그들의 사술에 기만당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만과 사술의 챔피언이다. 북한의 객관적 실체 인식에 많은 미흡함이 있는 현 한국 정부는 이 주제를 잘 못 다루면 대한민국 붕괴라는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 주제에 임해야만 한다. 북한이 이 주제를 두고 아무리 매달려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솔하게 이 주제를 다뤄서는 안 되며 오직 북한 비핵화라는 주제에만 올인해야 한다.
송대성 한미안보연구회 이사·전 세종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