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경고등 켜진 IT기술] 자율주행차 안전성 우려 현실로…운전자 이어 보행자도 죽였다

횡단보도 벗어나 걷던 여성 치어

우버 "자율 모드 시험 전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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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시험운행 중에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자율주행 실용화를 위한 미국 등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차량호출 업체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이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의 한 교차로에서 시험운행 중 보행자를 치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는 전날 오후10시께 교차로에서 길을 건너던 여성이 횡단보도 바깥쪽 도로로 갑자기 걸어 들어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 차량에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있었지만 자율주행 모드가 작동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차가 시험운행 중 충돌사고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우버는 일단 샌프란시스코·피츠버그·토론토 등 북미 전역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우버 측은 “피해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경찰 조사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예비조사 결과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 당시 40대 후반의 사고 피해 여성이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도로 한가운데로 예상치 않게 걸어 들어가는 바람에 차량이 피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은 시속 35마일 구간에서 38마일로 주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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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모이 템페 경찰서장은 언론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어둠 속에 있던 여성이 차도로 나오는데 (자율차든, 사람이 조작하든) 어떤 모드라도 충돌을 피하기는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 명확하다”면서 “운전자는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처음으로 충돌 사실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율주행 모드에서 차량이 보행자 주의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현지에 조사팀을 보내 사고원인을 정밀조사 중이다.

몇 차례 충돌사고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던 자율주행차 시험에서 결국 인명사고까지 발생하자 자율주행차의 위험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워치독의 존 심슨 국장은 USA투데이에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될 때까지 모든 공공도로에서 테스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시 커밍스 듀크대 로보틱스 전문가는 일부 주에서 손쉽게 자율차 시험운행이 가능한 것을 꼬집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 기술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안전해지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시험주행 중이며 규제완화에 힘입어 시험 대수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사고가 일어난 애리조나주는 규제가 가장 느슨한 지역 중 하나로 무인운전 실험도 시작된 상태다.

다만 사고를 이유로 기술 발전을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로비 다이아몬드는 “안전한 시험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보완책 마련을 강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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