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페북 사태로 본 '빅데이터 독점의 민낯'] 理想사회는 커녕, 異常사회 부르나

미래 예측 정보기술로 각광 받지만

정보 유출·무단 활용 논란 불거져

애플 등 IT 빅5 주가 107兆 허공에

과도한 수수료 등 횡포 이어지자

美·EU 등 각국 규제 움직임 활발

韓도 글로벌 흐름 맞춰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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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사의 해킹도, 페이스북의 정보 누설도 아니다.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위기에 노출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5,000만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무단활용 논란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빅데이터 장사’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IT 기업이 사용자 정보를 축적해 이윤을 창출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둘러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및 정보 독점 논란에 정치 이슈까지 얽혀들면서 국가 차원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각국 정부가 앞다퉈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의 패러다임은 무분별한 ‘확보’ 경쟁에서 ‘안전한 활용’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15A02 미 주요 IT22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IT의 ‘빅5’로 불리는 애플·알파벳·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이들 기업에서 빠진 투자액만 약 1,000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개인정보 유출·무단활용 논란의 당사자인 페이스북 외에 주요 IT 기업 대다수의 주가가 타격을 입은 것은 이번 파장이 페이스북 사태가 개별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사업 모델 자체를 뒤흔드는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정보유출 사건은 2014년 알렉산드르 코넌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연구’ 목적으로 페이스북에 성격검사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해줄 것을 요청하고 소정의 대가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계약대로 앱을 사용한 사용자의 활동내역을 제공했지만 코넌 교수가 이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계된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에 무단으로 넘기면서 대선 당시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이용되는 사태를 낳았다. 코넌 교수가 무단으로 정보를 넘긴 것이 법적 쟁점이 될 수는 있지만 코넌 교수와 페이스북에는 해킹·정보 유출 혐의를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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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각국 정부가 페이스북 사태를 계기로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검토할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검색엔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전자상거래 시스템 등 각종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IT 기업들은 이용자의 검색내역, 위치정보, 상품 구매내역, 콘텐츠 선호도 등을 축적해 맞춤형 광고, 상품 추천에 사용하거나 제3의 기업에 판매해왔다. 이 빅데이터가 무단 노출된 사건은 결국 독자적 데이터 보호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회 차원의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아가 플랫폼 자체를 ‘독점’으로 보고 새로운 반독점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이원화되고 유통망도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규모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을 거대 IT 기업의 플랫폼에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 IT 기업들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빅데이터 사업 모델을 활용했던 모든 IT 기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EU의 행보가 주목된다. 베라 요로바 EU 사법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5월 시행 예정인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의 강화를 포함해 “모든 가능한 법적 규제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GDPR는 △EU 역외로 소비자 데이터 유출 금지 △사용자의 데이터 삭제권 보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GDPR에는 정보유출에 대해 전 세계 매출의 4% 또는 2,000만유로(약 264억3,000만원) 중 더 큰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안도 포함돼 있다. 케임브리지사에 대한 현장 수색영장 발급 절차를 밟고 있는 영국 정부도 데이터 유출 관련 법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의회도 유사 입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이 대규모 개인정보를 활용한 각종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국제사회의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T 등이 진출한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대표적인 예다. AI 기반의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은 곧 개인의 성별이나 나이, 쇼핑 취향 등을 넘어 정치적 견해 등 민감한 부분까지 업체들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AI 스피커의 경우 와이파이 등을 사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 있고 축적된 데이터 역시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도 없다.

국내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산업은 이제 갓 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로 산업이 억눌려서는 안 된다”면서도 “기업들도 자칫 본래 목적과 달리 오용될 수 있는 방대한 정보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변재현·지민구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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