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명시...더 멀어진 노동 유연성

■헌법에까지 못박은 '노동권 강화'

'근로'→'노동'으로 수정하고

권익보호 위한 단체행동권 보장

노동계의 요구 대부분 수용

지방선거 의식한 흔적 역력

공무원 파업 땐 국민기본권 침해

노동력 하향 평준화 시킬 우려도

조국(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연합뉴스조국(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연합뉴스



베일을 벗은 대통령 개헌안의 노동권 강화 부문을 보면 야당·경제계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폭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만 대부분 수용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항은 쏙 빠진 것으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대통령 개헌안에는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 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신설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현재 법률에도 명시된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 8조 1항에는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률로 보장된 것을 굳이 헌법에 담아 혼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묵은 헌법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꾼다는 개헌이지만 오히려 과거로 되돌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헌법개정특위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많아질 정신적이고 융합적인 노동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리하게)객관적으로 형평화하는 과정에서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고 이는 사람의 창의성을 저해해 사회 변화에 역행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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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예외적인 경우만 제한하는 내용도 논란거리다. 현재는 법률로 정해진 경우에만 공무원이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모두 허용하되 현역군인 등 안 되는 경우만 법률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개정특위에서 “국정농단 사태에서 봤듯 공무원이라도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는 등 노동기본권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무원들의 파업이 늘어나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공무원들의 기본권 보장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의 기본권, 사회 서비스를 누릴 권리 등에 지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으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커지면 공무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질 수 있고 이는 중장기적인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조건 결정 시 노사 대등 결정 원칙을 추가한 점도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은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사실상 노동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강성노조로 전 세계 꼴찌 수준인 노동 유연성이 더욱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외에 대통령 개헌안은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또 ‘근로’라는 용어가 일제·군사독재시대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노동’으로 수정했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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