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벤처 신화’로 불렸던 한경희(사진) 대표의 한경희생활과학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5년 3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지 3년 만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부장판사 김상규)는 20일 ‘한경희생활과학’의 회생절차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0개월, 같은 해 11월 법원에서 회생 계획을 인가받은 지 4개월 만의 조기 졸업이다. 재판부는 “사측이 회생계획을 원활히 진행해 기업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기 졸업은 법원 주도 아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 성과를 보인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 등 한경희생활과학 경영진은 앞으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해 남은 채무를 갚아나갈 계획이다.
특히 홈쇼핑 의존도를 낮추고 공기청정기,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등 5종의 신제품을 렌털 방식으로 판매해 이익구조를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중국에서의 제품 생산도 국내로 바꿀 방침이다. 아울러 세탁전문점 전용 스팀다리미 출시 등으로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설립한 생활가전 업체인 한경희생활과학은 공무원이던 한 대표가 손걸레질을 하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로 만든 스팀청소기가 시장에서 빅히트를 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5년에는 창립 11년 만에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사업영역을 넓힌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청소기를 넘어 화장품·음식물처리기 등 이후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으나 이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백화점과 홈쇼핑 등에 과도하게 투자한 것도 자금난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에는 탄산수 제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송사에 휘말려 7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완전자본잠식 이후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한 대표는 사기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기도 했다.
/윤경환·김연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