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불출석을 선택한 가운데 그가 구속을 각오한 채 재판 등 이후 절차에 승부를 건게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해 전국 법원에서 피의자가 영장 심사에 불출석하고 구속을 피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3년간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해 전국 법원에서 피의자가 영장 심사기일에 불출석한 사례는 101건이다. 이중 기각은 1건 뿐이다. 피의자가 출석해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된 사례는 총 3만3,814건이며 이중 6,399건 기각, 발부율 81.08%를 기록했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의 영장 심사가 진행될 서울중앙지법은 3년간 피의자 불출석 상태로 열린 심사가 총 32건인데 이 가운데 기각은 아예 없었다. 불출석 심사를 연도별로 보면 2015년 12건, 2016년 17건, 지난 해 3건 등이다. 같은 기간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가 출석한 채 열린 영장실질심사는 2015년 3,112건, 2016년 3,462건, 지난 해 3,087건이다. 이 가운데 2015년에는 577건(발부율 81.5%)이 기각됐고 2016년은 614건(발부율 82.3%), 지난해는 578건(발부율 81.3%)이 각각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전산에 출석 여부가 누락된 피의자도 있어 100%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영장 심사에 불출석하는 피의자는 대개 유죄가 뚜렷해 심사를 아예 포기한 경우다. 이러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만 검토한 뒤 구속영장 발부·기각을 결정한다. 한 판사는 “일반 피의자의 불출석은 사실상 유죄 인정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은 유죄 인정이라기보다는 향후 재판을 대비한 전략이나 정치적 메시지 등 다른 의도가 담겼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22일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영장심사를 담당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심문기일을 다시 지정하고 이 전 대통령의 심문 출석을 요구하는 구인영장을 발부할지, 피의자 출석 없이 검사와 변호사만 심사에 출석시킬지 여부를 이날 결정한다. 아예 변호사도 없이 검사가 제출한 서류만 심사한 뒤 구속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가 분명해 강제로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