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10년간 회사를 10배 이상 키울 경우 26억달러(2조7,900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보급형 차종인 ‘모델3’의 양산이 배터리 생산 지연으로 차질을 빚는 가운데 나온 테슬라의 고육지책으로 궁지에 몰린 머스크의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CNBC는 21일(현지시간) 테슬라 주주들이 이날 열린 특별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에게 주식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안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주총은 이날 전체 주주의 73%가 투표한 상황에서 약 80%의 찬성률로 머스크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
지난 1월 테슬라 주주들이 머스크에게 제안한 이 보상안은 이날 기준 534억달러인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10년 후 6,500억달러(695조원)까지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 머스크에게 현재 발행주식의 1%에 달하는 168만주를 스톡옵션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급여 조건이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머스크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보상 프로그램에 따르면 머스크는 12가지 목표를 차례로 달성해야 한다. 1단계로는 테슬라의 시총 1,000억달러 돌파에 더해 연간 매출 200억달러 또는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 15억달러 둘 중 하나를 이뤄야 한다. 주주들은 머스크가 1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면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현재의 약 11배인 6,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총인 7,120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경우 머스크가 받는 스톡옵션 168만주의 가치는 558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의 2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상 프로그램과 관련해 월가에서는 머스크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델3 양산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주가가 18%나 떨어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머스크가 테슬라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스톡옵션 이벤트로 시선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또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와 하이퍼루프 업체인 보어링컴퍼니 등 여러 사업체를 이끄는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임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머스크가 장기적으로 테슬라를 이끌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도 “수익 목표만 제시됐지 어떻게 시총을 끌어올릴지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