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7·KT·사진)는 지난 2016년 최우수선수(MVP)상의 부상으로 기아자동차 ‘K7’을 받았다. 그 차는 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니퍼트는 “아내가 정말 좋아해서 주로 아내가 타고 다닌다”고 답했다. 자신은 ‘카가이(자동차에 관심 많은 사람)’가 아니라면서 “트럭이 내 취향이다.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주 큰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한 그런 트럭”이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담담한 말투와 조용한 성격의 니퍼트는 ‘트럭’과 ‘헌팅’ 이 두 가지 얘기를 할 때는 신이 난 듯 말이 빨라졌고 제스처도 커졌다. 니퍼트는 예전에 “은퇴하면 농사짓겠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연인’을 동경한다. 실제로 비시즌에는 그렇게 지낸다. “미국에 농장 2개를 가지고 있어요. 켄터키에 있는 것은 280만㎡(약 85만평), 오하이오에 있는 것은 160만㎡(약 48만평) 정도예요. 사슴이랑 칠면조 같은 것들을 기르고 있는데 어릴 때 소 농장을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죠.” 역시 야구를 했던 니퍼트의 쌍둥이 동생 데릭이 니퍼트 농장 인근에서 전업으로 개인 농장을 운영하며 니퍼트의 농장도 관리해주고 있다. 형 농장을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빨리 은퇴 안 하냐고 장난스럽게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서부 콜로라도로의 사냥 여행은 니퍼트의 가장 큰 낙이다. “비시즌에 미국에 가면 매일 동생이랑 농장에서 뒹굴거나 같이 사냥을 떠난다. 허가된 지역에서 사슴이나 비슷한 것들을 잡는다”는 설명. 그는 “야구를 시작한 후 17년간 사실은 다른 사람이 짜준 스케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그만두면 모든 것을 벗어나서 내가 짠 일정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그게 바로 농사나 사냥”이라며 웃었다.
한국에서의 니퍼트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 한국 여성과 재혼한 지 3년째인데도 생각만큼 한국어가 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비시즌에 두 달간 미국에 다녀오면 금방 또 잊어버린다고. 앉을 때나 일어날 때 하는 “아이고”는 확실히 입에 붙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휴식일인 매주 월요일은 양보할 수 없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니퍼트는 월요일에도 야구장에 나간다. “하루 쉬면 몸이 찌뿌둥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야구에만 집중한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캐치볼을 하고 러닝을 하며 그 큰 야구장을 혼자 쓴다. 니퍼트는 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야구장 초대 행사를 2013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야구공·유니폼 등도 자비로 선물한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서”다. KT 구단 관계자는 “니퍼트는 수원구장에도 아이들을 초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