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작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근 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네 번째로 부패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11시 6분께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함에 따라 법원은 심문절차 없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의견서, 변호인 의견서 등 서류를 검토해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이 발부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수령해 곧바로 논현동 자택을 찾아가 영장 집행에 나섰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의 소환 때 대면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 실무를 맡은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 직접 수사관들과 함께 검은색 K5·K9 승용차와 승합차 등에 나눠 타고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향했다. 오후 11시 43분께 중앙지검을 출발한 두 부장검사는 11시 55분께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자정께 자택을 나서 구치소 호송을 위해 차에 타고 이동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의 독거실에 수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4개 안팎의 혐의를 받는다. 우선 그는 국가정보원에서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5일 국정원 특활비 수수 창구 역할을 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했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뇌물수수 혐의액은 총 111억원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하고 처남 고 김재정씨 사망 이후 상속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포함했다.
검찰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최장 20일내로 영장 범죄 의혹을 보강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건설 뇌물수수 등은 추가 수사가 필요해 구속영장에 담지 않은 나머지 혐의들로 수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검찰이 광범위한 추가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은 구속 만기인 4월 10일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6월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검찰이 선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순으로 기소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의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향후 박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