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 철강관세 일단 유예…더 중요해진 통상전략

우리나라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대상에서 일단 벗어났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연합(EU), 캐나다 등과 함께 한국을 고율 관세 부과 대상 국가에서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4월 말까지 협상시간을 벌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청와대의 언급대로 “미국 측과 치열하고 지독하게 물밑 협상을 해온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철강에 대한 관세 유예를 앞세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부문의 양보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쿼터를 늘리고 픽업트럭의 관세를 재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철강을 볼모로 압박하는 미국의 요구를 막아내지 못할 경우 전후방 연관 효과가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불똥이 튀면서 더 큰 것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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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미중 간 무역전쟁까지 거세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보복조치가 정보통신기기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수출 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도 문제다. 더욱이 미국은 EU를 겨냥해 관세 면제 대가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요구다. 각국마다 손익 계산서를 두드리며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 무역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분야별 득실을 냉철하게 따져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철강에서 양보를 받았기 때문에 방어적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다자간 협상 무대를 최대한 활용하고 우리 고유의 외교·안보 상황을 연계하는 대담한 협상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일본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통령이 방문한 베트남 등 아세안(ASEAN)과의 경제교류를 늘리는 등 수출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절실해지고 있다. 그래야만 불확실성에 휩싸인 무역전쟁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통상외교가 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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