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초강경 美 안보라인, 北 비핵화 약속 지키라는 경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이 초강경파 일색으로 도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내치고 후임에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내정했다. 볼턴 내정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온 대북 강경론자다. 가뜩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나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같은 ‘슈퍼 매파’가 득세하는 외교안보팀에 볼턴까지 가세했으니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 거세질 게 분명하다.


볼턴의 등장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북한을 압도적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주고받기식 타협 대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이행시기와 방법을 확실하게 못 박는 전략이 구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볼턴이 ‘전략적 행위’로 평가절하한 것도 핵 포기에 대한 분명한 답을 받아내겠다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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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팀이 초강성 라인업을 갖추면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해졌다. 최근 볼턴은 “북한이 진정 비핵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매우 짧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무리한 전제조건을 달거나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정상회담이 무산됨은 물론 미국이 바로 다음 단계로 돌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 득세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해 미국이 대북 정책을 결정할 때 한국을 배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과속하지 않도록 적절히 제어하는 것은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북측에서 비핵화를 위한 아무런 구체 행동도 나오지 않은 마당에 제재 완화나 경제협력 재개를 논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지금은 북미 협상 과정을 냉철히 지켜보고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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