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勢불리기 열 올리는 G2…韓 줄타기 실패땐 외톨이 될판

美·中 "무역정책 공조" 요구에 고심

"日·加 등과 공동 대응 강구해야" 분석

“중국의 왜곡된 무역정책을 공격하는 데 동참하라.”(미국)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자.”(중국)


주요2개국(G2) 무역전쟁의 활시위를 잡아당긴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 진영의 세(勢)를 불리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국들을 상대로 “우리 측에 가담해 싸우자”며 참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8일 모든 대미 철강 수출국을 상대로 내린 관세 폭탄을 미끼로 공조를 얻어내겠다는 심산이다. 외신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미국이 철강 관세를 면제해주는 대가로 수출국가들에 내세운 5가지 조건 가운데 ‘중국에 대한 공동 압박’이 2개나 포함돼 있다. △중국의 다양한 무역 왜곡 정책을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데 참여하라는 요구가 그것이다. 한국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연계해 철강 관세를 잠정 면제 받았지만 앞으로도 ‘대중국 공세에 참여하라’는 요구는 계속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비슷한 요구를 중국으로부터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달 22일부터 시작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에서 한국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 측 협상 수석 대표인 왕셔우원 상무부 부부장은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고 자유무역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말이다. 중국이 FTA 서비스 협상에서 개방 제외 분야만 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검토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언급도 곁들였다. FTA에서의 양보를 대가로 협력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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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G2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이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섣불리 어느 한쪽에 기울었다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수출 상위국 부동의 1·2위다. 잘못된 대처는 수출과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성급하게 어느 한쪽 진영에 들어가기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요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WTO로 대표되는 국제규범의 틀 안에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호주와 일본·캐나다·싱가포르 등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나라들과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함께 움직여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WTO 규범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되 무너진 다자체제 위상을 재정립하는 작업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골적이지 않는 선에서 대(對)중국 공조에 일정 부분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중국의 왜곡된 무역정책이 세계 무역 시스템의 가장 큰 골칫거리임은 자명하다”며 “중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국익에도 부합하므로 소극적이나마 중국에 대한 견제에 공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우리도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을 잘 설명하는 등 세심한 외교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다자간 무역협상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맺는 FTA가 아닌 복수 국가가 맺는 다자간 무역협상이 많아지면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져 무역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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