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 이후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열렸으며 특히 이날 워싱턴 DC에만 80만 명이 운집해 ‘1969년 베트남전 반대 집회’ 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기록될 예정이다.
USA투데이는 이날 주최 측이 내놓은 80만 명 숫자에는 보스턴, 휴스턴, 미니애폴리스, 파크랜드 등 여타 도시에서 열린 같은 집회 참여 인원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여태껏 수도에서 열린 집회로서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것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연설 다음 날 열린 ‘여성 행진’이었다면서 당시 참석 인원은 50만 명이며 역사적으로 볼 때 워싱턴 DC에서 열린 역대 최다 규모 수준의 집회로는 1969년 열린 베트남전 반대 집회(50만∼60만 명)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연예인, 일반시민을 포함한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했다. 엠마 곤살레스 등 총격 사건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곤살레스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사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17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걸린 6분 20초에 맞춰 연설했다.
행사에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이 깜짝 등장해 발언대에 올랐다. 욜란다는 1968년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진 킹 목사의 50주기를 2주가량 앞둔 이날 할아버지의 1963년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인용한 총기규제 지지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 백악관에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갔으며, 총기 규제 시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