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과점시장으로 재편된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혁신과 대규모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이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과거 반도체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현상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공급 측면 반도체 시장은 현재 오랜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SK하이닉스에 매우 우호적이다. 과거 반도체 산업은 생산원가 절감과 생산능력 확대가 핵심 경쟁 요소였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 산업의 최대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다. 20년 전만 해도 미세공정 기술은 1년에 10나노씩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최근 20나노급부터 기술 진보 속도가 현저하게 지체되면서 공정 전환에 들어가는 지출 수준은 과거 대비 10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기술개발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 이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진입을 고려하는 잠재적인 반도체 기업이 과거 대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성격도 경쟁시장서 과점시장으로 체질이 변했다.
우호적인 공급 상황에다 나아가 수요 측면에서도 미래는 밝다. 정보기술(IT)기기 성능 향상과 5G 등 통신 네트워크 발달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단기,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의 빅데이터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서버 D램과 SSD 주문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등 신기술 발달도 새로운 메모리 수요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20나노급 제품 대비 원가절감 효과가 큰 1x나노급 제품을 계획대로 지난해 4·4분기부터 양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GPU와 고성능 컴퓨터향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HBM2 제품도 지난해 4·4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D램 사업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모바일 및 서버 D램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4월 개발한 세계최고 속도의 GDDR6(Graphics DDR6) 그래픽 D램으로 고품질·고성능 그래픽 메모리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 제품은 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4K 이상의 고화질 디스플레이 지원 등 차세대 성장 산업에서 필수적인 메모리 솔루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은 슈퍼사이클(장기호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클라우딩 및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5G가 도래함에 따라 고정비와 같은 반도체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4분기 업계 최초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후 3·4분기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기존 48단 3D 낸드보다 생산성과 읽기·쓰기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3D 낸드 기반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 SK하이닉스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기업용 SSD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대규모 투자로 후발주자의 진입도 최대한 저지한다. 관련 업계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3조~15조원 내외 규모로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규모는 지난해(10조3,000억원)보다 최대 50%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공식적으로 올해 말까지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해 2조2,0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또 9,500억원을 투입해 중국 우시 D램 공장도 확장한다. 공장 증설에 높아지는 후공정 물량 대응을 위해 2019년까지 중국 충징 후공정 공장의 생산능력도 확충할 예정이다.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2016년엔 사상 처음으로 연구개발비가 2조원을 넘기며 기술장벽을 더 높게 쌓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올해에도 신규 공장 건설 및 확장을 마무리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가 집중돼 투자 금액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 추세와 수요 증가로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매출액 30조1,09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3조7,213억원, 10조6,422억원을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46%로 전 산업 통틀어 최고 수준의 이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1·4분기에 매출액 8조5,000억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하고, 2·4분기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8,000억원, 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