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검사는 형사3부 검사 황시목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서울서부지검장이 4급 이상 직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황시목(조승우 분) 검사를 특임검사로 지명하자 좌중이 술렁인다. 드라마 초반 살해당한 사업가가 검사의 스폰서였음이 드러나고 서부지검이 수사를 지휘한 사건에서 경찰의 고문행위가 드러나자 서부지검 내부 수사를 위해 특임검사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특임검사로 지명된 황 검사가 “특임의 공식 수사권한은 지금부터입니까”라고 되물으며 바로 수사에 착수하려 하자 직원들은 혹시 본인에게 문제 될 것이 없나 확인하려는지 서둘러 강당을 빠져나간다.
드라마의 전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특임검사는 사실 도입된 지 10년도 안된 제도이다. 지난 2010년 4월 전·현직 검사 수십 명이 부산의 건설업자로부터 금전과 향응, 성상납을 받았다는 ‘스폰서 검사’ 파문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검사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이 수사를 담당했고 대가성 없는 향응이었다며 조사 대상 검사들 대부분이 처벌을 피해 빈축을 샀다. 이에 대검찰청은 2010년 6월 자체개혁안을 내놓고 검사의 범죄가 드러난 경우 특임검사를 지정해 수사를 일임하기로 했다. 이는 검찰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전반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독립된 변호사가 수사를 담당하는 특별검사와 구분된다. 현재 활발히 수사를 진행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은 검사뿐 아니라 국회의원 등 외부인도 수사 선상에 올라 특임검사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다.
드라마에서는 특임검사를 서부지검장이 지정하지만 실제로는 검찰총장이 지정하고 임명한다. 특임검사는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 진행 과정을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특임검사는 제도 도입 후 2011년 정인균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그랜저 등 4,600만원어치 금품을 수수한 ‘그랜저 검사’ 사건 때 처음 시행됐다. 이후 2011년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을 대가로 벤츠 승용차를 비롯해 신용카드와 명품 백을 받은 ‘벤츠 검사’ 사건, 2012년 ‘조희팔 뇌물 검사’ 사건, 2016년 ‘진경준 넥슨 주식 대박’ 사건 등 지금까지 네 차례 임명됐다.
다만 특임검사 제도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최근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의 수사를 공수처가 전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