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MB 수사에 올림픽·북한·선거는 왜 신경쓰나

윤경환 사회부 기자




“검찰이 관행처럼 자꾸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수사 일정을 조율하면 안 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처럼 중대한 사안일수록 빠르게 처리해야지 지금처럼 늘어지게 진행할 필요가 없어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중견 법조인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현 검찰 수사 진행 과정에 대해 이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혐의에 대한 증거 수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부터 이 전 대통령 조사와 기소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정치적 이벤트에 자꾸 일정을 맞추면서 쓸데없이 미루고 당긴다는 비판이었다.

실제로 최근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과도하게 정치적 이벤트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며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초, 뇌물수수·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다수의 혐의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했음에도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를 깨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한 달이나 미뤘다. 여기에 지난 19일에는 검찰 내부적으로 이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오후 5시40분이 돼서야 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통령을 두 명째 구속시키려다 보니 신중하게 결정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정치적 고려였다.


이제는 이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을 각각 4월, 5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해 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윤옥 여사 등 이 전 대통령 일족에 대한 조사와 사법 처리도 이리저리 타이밍을 재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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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재계 주요 인사 수사 일정을 짤 때 국내외 정치 이벤트를 의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표면적 이유는 늘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검찰이 소환조사·구속영장 청구·기소 시점마다 정치 이벤트를 입에 올릴수록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가 늘어난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혐의가 분명하고 위중하다면, 언제든 필요한 시점에 조사하고 기소할 수 있어야 한다. 외려 검찰이 중요한 순간마다 머뭇거릴수록 정치권과 교감하는 게 아니냐는 쓸데없는 의심만 사게 된다. 이미 밝혀진 혐의만 12개나 되는 이 전 대통령 수사와 올림픽·정상회담·지방선거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권력자든 재벌이든 단죄 날짜는 일반 피의자와 똑같이 순리대로 정하면 된다.

검찰 몸에 밴 정치권 눈치 보기 버릇은 그 자체로 적폐다. 현 정부의 검찰 독립성·중립성 보장 노력과 별개로 검찰 스스로부터 부질없는 관행은 벗어 던져야 한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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