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꺼지지 않는 2G폰…5G 시대 앞두고 '딜레마'

2G 가입자 전체의 3.8% 245만명

사업상 이유 등으로 '01X' 유지

이통사, 2G 관리비 최대 수천억

폰 지원 등 이용 줄이기 나섰지만

정부 지원없인 강제종료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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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G 서비스 유지 여부가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서비스가 주파수라는 한정된 자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2G를 종료를 위한 ‘출구전략’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과 이용자들의 통신 서비스 이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2G 가입자 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245만명이다. 이는 국내 전체 이통가입자 6,384만명 가운데 약 3.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K텔레콤(017670)이 138만명으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032640)(93만명), 알뜰폰(15만명) 순이다. KT(030200)는 지난 2012년 LTE주파수 대역 확보를 위해 2G 서비스를 강제 종료했기 때문에 2G 가입자가 없다. 현재 2G 이용자는 매달 7만~8만명 줄고 있으며 이 같은 추이라면 2G 주파수 할당 종료 기간인 2021년 6월에는 10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로서는 2G 유지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 현재 SK텔레콤이 800㎒를, LG유플러스는 1.8㎓를 각각 2G용 주파수 대역으로 쓰고 있다. 이 중 SK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대역에 할당된 30MHz 대역폭 중 20MHz폭은 LTE로, 10MHz는 2G로 사용 중이다. SK텔레콤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800MHz 주파수의 1년 이용가격은 1,419억원으로 2G용 주파수로만 연간 473억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망 관리 비용과 회선 유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이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2G폰 고객 59만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휴대전화 교체를 지원한다고 밝힌 것도 결국 이같은 손익 계산이 포함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2G폰 무료교체에 최소 1,5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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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G 핵심 이용자들이다. 011이나 017 같은 ‘01X’ 번호 때문에 2G 서비스를 떠나지 않는 이용자 수는 지난해 초 기준 97만 명 수준이다. 이들은 사업상의 이유나 번호에 대한 애착 등으로 01X를 고집하고 있다. 3G나 LTE로 전환할 경우 무조건 010 번호를 써야 한다.

업계에서는 2G 이용자가 사업자별 10만 명대 수준으로 떨어지면 2G 강제종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T도 지난 2011년 11월 2G 가입자가 15만9,000명 수준으로 떨어지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G 서비스 강제종료와 관련한 조건부 승인을 받아냈다. 다만 KT는 요금 지원 외에 일시정지 사용자들을 직권해지하는 방식까지 동원하며 2G 가입자 수를 6개월만에 65만명 가량 줄여 원성을 산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015년 2G 가입자가 LTE로 전환할 경우 월 요금을 최대 1만원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2G 종료 작업이 알음알음 진행 중이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10만 명대까지 떨어뜨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서민 위주의 정책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2G 서비스 유지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G 이용자가 3G나 LTE 전환 시 2년간의 ‘한시적 번호이동’이나 3년간의 ‘01X 번호표시 서비스’ 제공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G 주파수는 이용자가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면 이를 종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G 종료와 관련해 사업자들로부터 따로 요청받거나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G 서비스 종료를 위해 01X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반면 정부는 사물인터넷(IoT) 활성화로 ‘번호 자원’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데다 일전에 010으로 전환한 이동통신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로 허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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