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올 조세지출계획 보니]중기·일자리만 '펑펑' 전기차·대기업R&D엔 '찔끔'




정부가 각종 비과세와 감면 혜택으로 깎아주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1조원 넘게 늘어 4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국세감면율도 5년 만에 전년 대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과 저소득 근로자 지원, 일자리 창출에 세제혜택이 집중되면서다. 하지만 대기업 연구개발(R&D)·투자비용에 대한 세금감면은 더 줄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삭감될 것으로 보여 미래 먹거리 산업의 투자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8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39조8,000억원으로 전년(38조7,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세감면율은 지난해(12.7%)보다 0.2%포인트 오른 12.9%로 예상된다. 국세감면율이 전년보다 오르는 것은 2013년(14.4%) 이후 처음이다.

세수가 호조를 보이는데다 정부가 꾸준히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있음에도 감면율이 오르는 것은 정부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현 정부는 중소기업과 청년을 중심으로 고용증대세제 신설, 청년 중소기업 취업 시 5년간 소득세 전액면제 등 굵직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개인 감면액(26조8,000억원) 중 중·저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5.8%에서 66%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급부로 고소득층이 받는 세금감면 비중은 그만큼 줄어 34%로 감소한다.


기업도 마찬가지 구조다. 전체 감면액(11조6,000억원) 중 중소기업 감면액은 지난해 6조6,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중도 0.3%포인트 늘어 60%에 달했다. 반면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감면액 비중은 각각 4.5%, 17.7%로 더 쪼그라들게 됐다. 특히 대기업 감면액 비중은 2016년 24.7%에서 2017년 19.7%, 올해 17.7%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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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대기업 세제혜택 축소가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대기업의 R&D비용과 생산성향상 시설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줄이는 등 대기업의 각종 투자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했다. 게다가 올해 일몰을 맞는 조세특례제도도 ‘일자리 창출’ 여부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평가해 손질할 방침이어서 이미 대기업 공제율이 축소된 R&D비용 세액공제는 물론 설비투자금액의 1%(대기업)를 공제해주는 제도도 이대로 끝나거나 혜택이 더 축소될 수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R&D 투자가 대기업에 편중됐다지만 이는 상위 극소수 기업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라며 “매출액이 줄어도 R&D 투자를 늘릴 의지와 여력이 있는 것은 대기업인데 전체 대기업에 대한 R&D 세제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전 세계 흐름에도 역행하는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정부는 환경 분야의 지출 효율화를 위해 보조금 위주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에 대한 직접보조금을 더 줄이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시행 초기 1,500만원이었던 정부 전기차 보조금은 올해 1,017만~1,200만원으로 줄었는데 앞으로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친환경차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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