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의 임기가 오는 5월말로 끝나게 됩니다. 수조원의 혈세를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정 사장의 거취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의 연임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상용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조선업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슈는 다름아닌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가능성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대해 “정 사장은 본인의 연임 여부에 대해 대주주에게 백지 위임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되고 회사의 명성과 내부 단합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연임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정 사장이 연임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연임 가능성이 작아지자 “내부 단합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포기할 수도 있다”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달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습니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전직 부사장급 이상 임원과 대우조선해양의 현직 부사장 2명이 대상자였습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현직 부사장 2명은 면접을 자진 포기했습니다. 정 사장의 연임 의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의 연임 포기 가능성 언급의 또 다른 배경은 채권단과 정치권의 후하지 않은 평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대표이사의 적극적인 수주 영업이 필요하지만 정 사장이 올해 68세로 고령이라는 점과 지난 해 6년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채권단이 정 사장에 대한 연임을 염두에 두었다면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 사장에 대한 연임의 건을 안건에 상정할 수 있었지만 연임의 안건은 없었습니다. 임시주총을 소집하고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기 주총에서 안건을 처리할 수 있었는데도,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정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4월 중순에 이사회를 개최해 임시 주주총회 일자를 확정하고 5월 초에 후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추천할 전망입니다. 채권단으로부터 7조1,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격량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