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설이 파다했던 27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 인민대회당과 국빈관 댜오위타이 주변에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 펼쳐졌던 철통 경비가 재연됐다.
지난 25일 오후11시께 북중 접경 인근 중국 단둥역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특별열차가 26일 오후3시쯤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모습이 일본 니혼TV 계열 뉴스네트워크인 NNN 카메라에 포착됐다. 특별열차에서 내린 북한 대표단은 자동차에 나눠 타고 영빈관으로 사용되는 댜오위타이 숙소에 들른 뒤 이날 오후 늦게 베이징 시내 중심 톈안먼광장 왼편에 있는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해외 국빈의 중국 방문 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톈안먼광장 앞 인민대회당 주변은 이날 오후 북측 방문단 차량이 도착하기 전 이른 오전 출근 시간부터 일반인의 접근이 전면 차단됐다. 인민대회당과 톈안먼을 가로지르는 북쪽 창안제에는 공안의 철통 경비가 이뤄졌고 인민대회당 주변에는 겹겹이 차단벽이 설치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이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화권 매체인 홍콩 명보는 중국 공산당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최고위 지도자와 3시간 가까이 회동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주변 창안제를 통과한 한 현지 교민은 “지난주 막을 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보다 경비가 더 삼엄했고 행인들을 검문하는 공안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인민대회당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출구의 경우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만큼 삼엄한 검문·검색이 이뤄졌고 고위급 인사가 인민대회당을 출입할 때 사용하는 인민대회당 북문은 100여m 밖에서부터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다.
회담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은 곧바로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중국 방문 시 머물렀던 18호실에 숙박하며 베이징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이날 오후10시께 댜오위타이에 리무진과 버스·구급차 등 20여대의 차량 행렬이 통과하는 동안 정문과 숙소 주변에는 20대 이상의 공안 차량이 도로 주변을 메웠고 경찰의 주변 검문과 경계도 대폭 강화됐다.
댜오위타이에서 첫날 밤을 보낸 방중단은 27일 오전에는 댜오위타이 동문을 빠져나가 베이징 첨단 산업 메카인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방중 당시 중관춘을 방문해 정보통신 기업인 선저우수마 등을 찾았다. 베이징 시내 중심부 서북쪽에 위치한 중관춘 일대는 이날 오전 내내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중관춘 창업단지에 입주한 한국 스타트업의 한 주재원은 “평소와 달리 중관춘의 경비가 삼엄해 고위인사의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북한 고위급의 방문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차량 행렬에서 여성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방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오전 일정을 소화한 방중단은 이날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해 오후3시쯤 특별열차를 통해 이동했다. 북한 특별열차의 이동 루트에 위치한 북중 접경 압록강변 중롄호텔이 27일까지 중조우의교(압록강대교의 중국 명칭)를 조망할 수 있는 객실 예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중단이 이날 중국을 빠져나가 북한으로 향할 것이라는 소식이 베이징 외교가에 퍼졌다. 중롄호텔 측은 “28일부터는 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중국 방문단이 이날 북중 국경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 방중단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했을 당시에도 특별열차가 북한으로 돌아간 후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관영 매체도 이날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과 관련된 보도를 일절 하지 않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