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 도래로 재정이 악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래 개척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발표한 국가혁신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라 도시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을 추진 중인 사우디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기점으로 사우디 경제개혁의 완성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는 사우디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만나 총 2,000억달러(약 214조원)를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200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단계별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5월 말까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뒤 이르면 올해부터 1단계 공사를 시작한다. 1단계 공사에는 50억달러를 투입해 발전규모 7.2GW의 태양광발전소 두 곳을 먼저 건설한다. 공사비 50억달러 중 10억달러는 소프트뱅크가 조성한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에서, 나머지 40억달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계약 체결 후 빈 살만 왕세자는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진전”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대담하고 위험하지만 우리는 성공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빈 살만 왕세자를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석유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한계, 미국발 ‘셰일 에너지’ 충격과 함께 석유가 고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탈출구인 셈이다. 실제 이번 프로젝트로 일자리 10만개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 120억달러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화력발전소에 드는 400억달러 규모의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탈(脫)석유’를 위해 2조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경제구조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는 이번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경제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해외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도 최근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부펀드 재원 마련을 위한 아람코 IPO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게 사우디 측 입장이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올해 말 아람코 지분 5%를 국내외에 동시 상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정보기술(IT)과 신재생에너지 등 선진기술을 획득할 기회로 보고 있어 앞으로 사우디와의 협력사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는 사우디 국부펀드 450억달러를 더해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또 앞서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3~4년간 사우디에 최대 25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 중 150억달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초대형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네옴(NEOM)’에 투입된다. 사우디 북서부에 조성되는 네옴은 서울의 44배 규모로 요르단과 이집트를 잇는 첨단산업의 요충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100억달러는 신재생 및 태양광에너지 발전을 위해 사우디전력공사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