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사실상 ‘왕따’ 신세에 처한 일본이 미국에만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안부 합의 문제와 독도 영유권 도발 등으로 한국과는 긴장관계가 이어지고 있고 역시 중국과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둘러싼 분쟁으로 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여기에 북한과는 제대로 된 외교 채널도 구축돼 있지 않다. 일본은 그동안 대북 압력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왔고, 북한측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을 겨냥해 “대세에 역행하며 대결에 미쳐 날뛰는 자들은 영원히 평양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될 것”(지난 29일 노동신문)이라고 맹비난에 나섰다. 북한은 물론 한국과 중국과도 원활한 대북공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미국을 찾는다. 18일에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한 이후 아베 총리측이 급하게 요청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 및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으로 국내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북미대화라는 ‘이벤트’를 성사시키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궁여지책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납치문제 해결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아베 총리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자세변화가 없을 경우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춰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북한과 대화 국면에 나서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걸림돌’로도 비칠 수 있다.
여기에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도 오는 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일련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움직임 등을 분석하고 ‘미일동맹’의 지속적 유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일본 정부의 미국 편중 외교에 대해 비판론도 적지 않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의 오산, 아부외교의 한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아베 총리가 미국 의존 정책을 한 결과, 고율의 철강 수입관세 부과 대상이 되고 재팬패싱, 즉 한반도 정세에서 소외되는 등 뒤늦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