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글로벌 자원 확보' 생존경쟁하는데…광물공사 해체한 정부

기재부 '광물公 기능조정 방안' 확정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로 부채 늘어

광구 전량 매각·광해公으로 통폐합

"자원 확보 전쟁서 패할 것" 비판도

0115A10 광물공사



리튬이나 코발트 등 광물자원 확보에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해외광구를 모두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또 광물자원을 100% 해외에 의존하는데도 해외자원개발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광물공사는 광해관리공단으로 통폐합된 후 민간 자원개발을 지원하는 역할로 기능을 축소했다. 이에 자원 업계에서는 “자원 확보 전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산업부는 다음달 중 통합기관 설립추진단을 만든 뒤 광물공사를 폐지하고 자산·부채·인력·잔존기능을 광해공단으로 옮겨 새 기관을 만든다. 공공기관을 없애거나 만들려면 관련 법이 필요하므로 다음달 △광업공단법(가칭) 제정 △광해방지법 개정 △광물공사법 폐지안을 만들어 발의해 올해 안에 통과시킬 방침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을 합친 광업공단의 가장 큰 변화는 해외자원에 대한 직접 개발·투자 업무 폐지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자원개발 사업들도 모두 매각한다. 매각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날짜의 제약조건이 있으면 파는 쪽의 협상력이 떨어져 제값을 못 받기 때문이다. 자산을 팔더라도 국내 금속광물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은 국내 기업에 우선 매각한다. 산업부는 자산관리와 매각의 전문성·책임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심의·의결기구로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며 매각 업무는 자산관리공사가 대행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신설 광업공단이 해외자원개발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광물공사가 쌓고 길러온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민간 자원개발을 돕기로 했다. 해외자원 탐사나 기술 컨설팅, 유망사업 발굴, 정보 제공 같은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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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자국 내 특정 광물자원개발을 위한 국영기업은 있지만 다양한 광종의 해외자원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는 없다는 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담은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도 올해 안에 수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광물공사 노조는 “금속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10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대안 없는 해외자원개발 폐지는 산업 필수재인 광물자원 확보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조달청과 광물공사로 분산된 금속광물 비축기능 조정 방안도 조속히 마련한다. 광물공사는 국가 비상시 방출할 금속 10종을, 조달청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속 14종을 각각 비축한다. 국내 금속자원 수급 안정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일원화된 비축계획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광물공사는 지난 정부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로 부채 규모가 지난 2008년 5,000억원에서 2016년 5조2,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된 해외자원개발혁신전담조직(TF)은 5일 자금난에 빠진 광물공사는 존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에 유관기관과의 통폐합을 권고했다. 산업부는 비슷한 기관 중 순자산 1조2,000억원, 금융부채 3,000억원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광해공단과의 통폐합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두 기관을 합치면 재무 안정성이 높아지는데다 광물공사의 광업 탐사·개발·생산 지원기능과 광해공단의 광해방지·복구, 폐광지역 지원기능이 연계돼 시너지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통폐합에 대해 두 기관 모두 강하게 반발하면서 통합까지 쉽지 않은 험로를 예고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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