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의 분양가가 층에 따라 최대 4억 이상 차이 나는 ‘꼼수 분양가’ 책정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이 평균 분양가가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을 위해 고층부 세대의 공급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세대수가 적은 일부 층수의 가격을 낮게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견본주택을 열고 일반분양에 들어간 마포프레스티지 자이(염리3구역 재개발)의 전용 84㎡는 1층과 11층 이상 고층 세대의 분양가격이 최대 4억1,400만원까지 벌어졌다. 같은 면적임에도 1층은 5억8,600만원에 불과한 데 반해 11~15층 고층부는 10억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84E형 같은 타입 안에서도 1층과 2층은 한 층을 두고 가격차가 2억5,900만원까지 벌어진다. 전용 59㎡형은 1층과 11층 이상 고층부와의 최대 가격차가 3억6,900만원, 전용 114㎡형는 4억1,600만원이다.
평형별로 보면 전용 59㎡는 일반분양 물량 142개 중 1층이 14개로 1층은 4억6,800만원~5억6,900만원인데 반해 2층 이상은 7억~9억원 수준이다. 84㎡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 189개 중 1층이 20개다. 1층은 5억8,600만원~ 6억4,900만원, 2층 이상은 8억~9억원대며, 최대 10억원까지도 있다. 114㎡는 일반물량 65개 중 1층이 단 한개 세대에 불과하다. 1층은 9억200만원으로 저렴한 반면 2층 이상은 12억~13억원대에 형성됐다.
GS건설이 내세운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600만원이지만 실제로 이보다 비싸게 분양가가 책정된 가구수는 전체 일반분양 396가구 중 264가구로 67%에 달한다. 59㎡형의 경우는 142가구 중 111가구의 3.3㎡의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고 상당수는 8억원 안팎에 분양가가 책정돼 3.3㎡당 3,300만~3,4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물량이 얼마 되지 않는 1층의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고,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은 중층 이상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 가구수를 고려하지 않은 평형별 단순평균 분양가는 3.3㎡ 2,603만원이지만 면적을 고려한 가중평균 분양가는 2,773만원이었다.
이 같은 분양가 책정은 단순평균 함정을 이용해 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손쉽게 받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평균의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UG는 평균 분양가를 계산할 때 주택형별 평균 분양가격을 더한 뒤 이를 주택형의 수로 다시 나누는 단순평균을 쓴다. 예컨대 10가지 주택형이 있는 아파트라면 각각의 평균 분양가를 더한 뒤 이를 다시 10으로 나눈다.
부동산 인터넷카페 상에서는 GS건설의 꼼수 분양가 책정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선호도를 고려해 고층은 높게 책정하고 저층은 낮게 책정하는 게 상식적이긴 하지만 GS건설은 해도 너무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청약자는 면적만 사전에 지정할 수 있을 분 동·호수는 추첨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은 수요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신병철 GS건설 염리3구역 분양소장은 “타 단지에 비해 동간 간격이 빽빽하기 때문에 1층의 조건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다”면서 “입주 후 만족도를 고려해 1층 가격을 낮게 책정했고 다른 층수도 인근 시세에 비해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분양된 현대산업개발의 ‘당산센트럴아이파크’도 분양가 편차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가장 작은 평수인 전용 46㎡의 공급금액을 4억원대로 책정한 반면 그 다음으로 큰 59㎡는 7억원대였다. 전용 114㎡은 9억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결정됐다. 이는 전체 일반공급 물량 154세대 중 11세대(7%)에 불과한 46㎡와 114㎡를 미끼상품으로 활용한 것이다.
HUG의 분양가 산정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 분양가 책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HUG는 기존의 분양가 산정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 방식은 평균 분양가가 왜곡될 수 있어 세대수 비중을 고려하는 가중치 평균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손재영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려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라면서 “가중치 평균 방식을 이용하거나 소비자들이 전용면적뿐 아니라 가격 등도 카테고리 별로 나눠서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원·이혜진 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