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후 우리 정부가 “농업의 레드라인은 지켰다”며 이를 성과로 꼽았지만 미국은 일주일이 채 안 돼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농업개방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농산물을 뺀 채 최대한의 성과를 얻은 후 추가 공세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미국의 협상 전략에 우리 통상당국이 말려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미국이 지난해 한미 공동위원회 때 원론적 수준에서 시장접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작 공식협상에서는 농산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협상에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을 우리 정부가 최대 성과로 꼽았지만 미국은 처음부터 FTA 테이블에서 농산물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 없었던 셈이다.
미국은 협상 타결 뒤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블루베리와 사과·배 등의 시장접근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실제 미국은 한미 FTA에서 껄끄러운 농산물을 빼고 실익을 얻었다. 혁신신약 약가는 개방의 물꼬가 터졌고 철강은 대미수출이 최대치였던 2014년(497만톤)이 쿼터량 산출기간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협상 타결 이후에는 농산물을 콕 짚어 다시 압박하고 있다. 방위비 협상도 별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선을 지켜주지만 대가를 못 받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FTA·철강·안보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얻은 게 사실상 없다”며 “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